황해문화편집장

2박3일간의 역사기행을 마치고 피곤에 절은 몸을 끌고 현관 앞에 섰는데, 갑자기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소설가 김탁환 선생이었다. 그는 <황해문화> 2016년 여름호에 세월호 이야기를 담은 소설 <찾고 있어요>를 발표했다. 엊그제 세상을 등진 故 김관홍 잠수사의 장례식장에 조문하기 위해 찾아갔다는 이야기였다. 김관홍 잠수사는 작품 속에 등장했던 잠수사 오민재의 실제모델이었다. 작품의 일부를 옮겨 본다.

"악몽을 꾸십니까?" 오민재가 답했다. "꿈같은 건 안 꿉니다. 악몽은 더더욱! 대신 오늘처럼 짙은 안개가 끼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도 안산의 교실에서도 저는 똑똑히 봤습니다. 그것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것들이라고요? 맨 정신에 뭘 본다는 겁니까?" "이렇게 팔을 뻗고 발을 굴려 뛰면 만져집니다. 창들, 계단들, 복도의 벽과 문, 여행 가방들, 이불과 베개…." "만지면서 뭘 하시는 겁니까?" "찾고 있어요."

김관홍 잠수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심해작업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체 수색에 나서 시신을 수습했다. 작업 중 물살에 휘말려 의식을 잃는 사고를 겪었지만, 응급치료 후 사흘 만에 현장으로 다시 달려가기도 했다. 이렇듯 민간 잠수사들은 세월호라는 국가재난상황에서 생업(生業)도 팽개치고 자원해 구조작업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의인(義人)'이라고 부른다.

국가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선진국일수록 민간의 자원봉사와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가는 당연히 이런 사람들을 격려하고 사후에라도 감사와 보상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세월호 구조작업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들에게 국가는 제대로 된 보상과 감사는커녕 의사상자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했고, 그 중 어떤 이는 1년여가 넘는 재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에 숨진 김관홍 잠수사는 청문회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말라"고 외쳤다. 문득 이 아침에 진실규명과 치유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글쓰기는 문학밖에 없다는 나의 소박한 믿음이 흔들린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처참"하다는 작가의 말에 도무지 응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나?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