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안갯속 … 낯선 섬이 날 부른다
▲ 외연도는 항상 바다 안개에 가려져 있어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사진제공=보령시

천연기념물 상록수림·금빛 몽돌해변
봉화산 정상엔 15개 무인도 파노라마
매·여인 기암괴석 … 갯바위 낚시 명소


충남에서 가장 서쪽에 떠 있는 섬 외연도(外煙島). 보령시 오천면에 위치한 외연도라는 지명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바다에서 일하던 어부들이 섬을 바라봤을 때 왼편이 높은 지형이라서 왼켠도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섬에는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 산둥성에서 들려오는 닭 우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만큼 외연도는 육지 사람들에겐 낯설고 신비로운 섬으로 알려진 곳이다.

외연도는 대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53㎞ 떨어져 있어 쾌속선으로 꼬박 2시간여를 내달려야 만날 수 있다.

평소 하루 한차례 오가던 여객선은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부터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하루 두 차례로 늘려 운행한다. 가는 길에 중간 지점인 호도와 녹도를 거친다.

배가 바다안개를 헤치고 외연도에 접근하면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오른 듯한 봉화산(해발 279m, 오른쪽)과 망재산(171m, 왼쪽)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 모래 대신 몽돌이 깔린 해변. /연합뉴스

섬의 면적은 0.53㎢(약 16만평)로 조그마하다. 130여가구 주민 대부분은 멸치, 전복, 해삼, 새우류 등을 주로 잡는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외연도 둘레길은 8㎞로 넉넉잡아 4시간이면 여유 있게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둘레길 탐방은 외연도에서 유일한 교육기관인 외연도초등학교를 오른쪽으로 끼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산(상록수림)에서 큰명금을 거쳐 노랑배에 이르는 2㎞ 구간에 목재데크가 설치되고 경관 포인트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안내판도 만들어져 있다. 산책로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면 햇빛에 반짝이는 몽돌이 금처럼 보인다는 명금해변이 나타난다.

약수터를 거쳐 봉화산 정상에 오르면 15개 섬으로 이뤄진 외연열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횡견도, 관장도, 청도 등 형상에 따라 이름 붙여진 이들 섬은 모두 무인도다. 망재산은 별도로 올라야 한다. 50분이면 등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가는데 충분하다. 정상에 오르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외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천연기념물 136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이다.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이곳에 있다. 3만2000여㎡의 숲 안에는 목재데크가 잘 조성돼 땅을 밟지 않고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보존돼 온 동백나무뿐 아니라 후박나무, 식나무, 둔나무, 붉가시나무 등 상록 활엽수와 팽나무, 상수리나무, 고로쇠나무, 칠피나무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식물군이 형성돼 있다.

한때 '사랑나무'라 불리며 눈길을 끌었던 연리지는 2010년 9월 찾아온 태풍 '곤파스'로 인해 부러지고 연결 가지가 잘려나가는 등 생명을 다해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보령시는 이곳에 '외연도 사랑나무를 추억합니다'라는 팻말을 세워 사랑나무를 못잊는 관광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상록수림 안에는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전횡(田橫) 장군을 모신 사당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이면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를 지낸다. 외연도에는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전횡 장군은 그를 따르는 500명의 군사와 함께 외연도에 정착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포구 뒤편으로는 각종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매바위, 병풍바위, 여인바위, 고래조지, 상투바위가 그것이다. 특히 고래조지는 눈에 확실하게 구분된다. 암벽에 세로로 길게 누런색을 띠고 있는 바위로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가 바다 밑으로 멀리 대청도까지 이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섬 주변 바위들이 갯바위 낚시의 훌륭한 포인트가 돼 추운 겨울철을 제외하고 낚시꾼의 발길이 이어진다. 어종으로는 우럭, 놀래미, 광어, 붕장어, 백조기, 도미 등이 잡히고, 선착장에서 낚시 포인트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외연도초등학교 뒤편 언덕을 넘어서면 몽글몽글한 돌멩이들로 가득한 해변이 펼쳐진다. 오랜 세월 파도에 쓸려서 몽돌로 변했다. '차르르, 차르르' 울려 퍼지는 몽돌 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외연도에는 모래해변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모든 해변에는 크고 작은 몽돌이 깔려 있다. 해변 이름마다 명금, 돌삭금, 고라금, 누적금 등 '금'으로 불리는 것이 독특하다. 누적금은 바위가 볏단(노적)을 쌓아 놓은 모습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연도에서 야영하기를 원한다면 이곳 바닷가의 몽돌을 걷어내고 자리를 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편할지 모르지만 하룻밤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세는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어떻게 가나

여름 성수기(6월부터 9월까지)는 대천항 대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차례(08:00, 14:00) 출항한다. 요금은 갈때 1만6500원, 올때 1만5000원이다.(신분증 지참) 소요 시간은 기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시간30분. 중간쯤에 호도와 녹도를 거친다. 대천항은 대천역이나 대천IC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대천항여객터미널 주차장 이용료는 없다. 차는 배에 싣고 갈 수도 없다.

▲뭐 먹을까

식당은 4곳. 섬이라고 해서 맛집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낭패다. 도시의 잘 차려진 횟집을 생각하는 것은 금물. 김과 젓갈 등을 반찬으로 하는 매운탕과 꽃게장 정도를 기대해야 한다. 어촌계식당( 041-931-5750), 바다식당(010-7270-8948), 장미식당(010-4418-4566), 외연식당(010-2455-7952)

▲잠은 어디서

여관이나 펜션, 민박 등으로 영업하는 숙박업소는 모두 15곳이 있다. 요금은 민박기준 2인 1실에 5만원. 외연도어촌계여관(041-931-5750), 추억펜션(010-3472-7008), 동백펜션(010-7577-6628), 외연도펜션(010-2745-5048), 엘림하우스(010-8439-1206), 덕산민박(041-934-8433), 동백민박(010-9024-8743), 현대민박(010-8802-7706), 대진민박(010-6318-1185), 대어민박(041-936-5006), 안창민박(010-3457-4447), 미르민박(010-6377-5049), 서해민박(041-936-5030), 용진민박(010-3410-5058), 어머니민박(041-936-5026).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