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학계 바이블 '지반공학' 공저자 [최인걸] ㈜ 유신 부사장  

10쇄 기술서적 베스트셀러 작가
경험 바탕 사업현장 사례 풍부
대학·대학원 교재 폭넓게 활용

대형사업 이끈 거침없는 노력파
인천공항 감리단 본부장 맡아
7년간 현장서 주말 귀가 열정

봉사하는 삶 '인천인' 거듭나기
현안점검 ㈔ 글로벌인천 창립
"기술발전 만큼 시민통합 중요"


"대한민국의 토목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토목공사를 단순한 '공사'로 여기기 쉽상이어서 안타깝습니다. 토목인들은 후손에게 백년대계의 시설물을 물려준다는 자세로 한층 분발해야 합니다."

국내 굴지의 설계감리·엔지니어링 컨설팅업체인 ㈜유신 최인걸(57·사진) 부사장(감리본부장). 최 부사장의 인생을 훑어가노라면 마치 토목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인다.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친 듯이 몰입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의 투혼이 느껴진다. 양파 같은 특질도 지니고 있다. 껍질을 까고 또 까도 새로움이 드러나듯 다양한 영역에서 도전과 응전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열정과 노력으로 똘똘 뭉친 '인천 사람'임을 자부하는 그다.

기술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다

최인걸 부사장이 주 집필을 맡아 박영목 영남대 교수와 함께 펴낸 기술서적 '현장실무를 위한 지반공학'이 이달 10일 10쇄를 발간했다. 지난 2006년 8월 초판 발간 이후 10년 만에 10쇄 발간이라는 역사를 써냈다.

이 책은 국내 토목공학도와 현장기술사라면 누구나 한 권쯤 소지하고 다니면서 학습과 실무에 적용하는 토목공학계의 바이블이다.

지반(地盤)공학은 토목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전문분야다.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인천대교 같은 기반시설물의 하부지반이나 기초가 미흡하게 설계되거나 시공된다면 기반시설물들은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반공학이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분야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길라잡이 구실을 해주는 교재가 바로 '현장실무를 위한 지반공학'이다. 기술서적 치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10년 세월동안 10쇄가 증보 발간된 경우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인천국제공항 등 굵직한 사업현장의 설계, 시공사례, 실무 적용이 가능한 예제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 실무자는 물론 대학과 대학원 교재로도 폭넓게 쓰인다. 대학토목학회와 한국지반공학회로부터 저술상을 수상한 배경이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에서 실무사례와 기술사시험 준비자료를 틈틈이 정리해 약 10년간 집필한 성과물인데 이 책이 토목공학인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어 기뻐요. 꿈과 열정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거침없는 노력파, 인천에 뿌리 내리다

최 부사장은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났다. 국립 경기공전(현 서울과학기술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성적 우수자로 국토해양부 8급 공무원에 특채됐다.

하지만 기술고시 준비를 위해 공직을 사직하고 홍익대에 편입했다. 그러나 문턱은 높았다. 결국 1981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했고 토질시험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새만금방조제 노선 지반조사와 시험을 분석하고 방조제 선형 결정에 중요한 기술을 제공해 새만금 프로젝트 탄생의 주춧돌을 놓았다.

농어촌공사 재직 시엔 유럽에서 인정하는 LATT 영어시험을 통과해 네덜란드 정부 지원으로 Delft I.H.E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사, 홍익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유신에 입사해 인천국제공항 부지조성공사 감리단 기술본부장을 맡아 방조제,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의 연약지반 개량공사를 수행했다. 140명 규모의 공항토목시설공사 감리단에선 토목, 기계, 건축을 총괄하는 기술본부장을 역임하면서 활주로와 지하구조물 공사 등에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론을 실무에 접목시키며 세계적인 공항 건설을 주도했다.

"기술자가 현장을 알아야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수 있고 참된 실력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민간업체에 발을 내딛고 인생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게 됐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에서 부지조성감리단과 공항토목시설공사감리단의 기술본부장으로 7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매주 월요일 아침 배편으로 영종도로 출근하면 연수구에 있는 집에는 주말에나 나올 수 있었다. 중요공사가 있는 경우엔 일요일에도 출근했다. 청춘을 바쳐 일했던 만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기술사 시험을 준비할 땐 자신이 손수 강의한 녹음테이프를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들으면서 공부했고, 기술서적은 전철 안에서 틈새시간을 활용해 구상했다. 하루 24시간이 그에겐 짧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불도저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그 어렵다는 기술사 자격증을 두 개나 취득했다. 토질 및 기초기술사와 토목시공기술사가 그것. 지난 2012년엔 미국 명문 미시간주립대의 요청으로 현지에 초청돼 글로벌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도 했다.

과학기술훈장, 국무총리 표창, 국토교통부장관 표창,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세계 3대 인명사전 마퀴즈후즈후·영국 케임브리지국제인명센터(IBC)·미국 인명연구소(ABI)·IBC 세계 100대 엔지니어 등재는 그의 삶을 보여주는 증명서다.

▲"봉사하며 사는 인천인 되고파"

1990년대 인천공항 건설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인천에 정착한 그는 그 누구보다 인천에 애정을 쏟는 영원한 인천 사람으로 남길 소망한다.

지난 2008년 뜻있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글로벌인천을 창립했다. 최 부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글로벌인천은 해마다 인천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글로벌인천 100분 포럼'을 열어 지역사회 화두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18일에도 인천종합문예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글로벌도시로서의 인천문화 패러다임 변환'이란 주제로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연다.

때마다 지역 어르신과 소외계층을 초대해 위안잔치를 베풀고 가정위문, 효행 실천운동 전개 등 알토란 같은 지역봉사활동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해선 기술발전 못지않게 어르신을 섬기는 효 정착과 지역간 갈등 없는 시민통합의 기풍 진작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천이 사람 살기 좋고 미소 넘치는 행복한 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밀알이 되고 싶어요." 

※ 현장실무 지침서 '지반공학'은 어떤 책?

토목공학을 배우는 국내 대학생들의 바이블로 통한다. 소설만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학교재로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천국제공항, 송도국제도시, 인천대교 등 한국의 수준 높은 토목기술 현장실무와 이론을 체계화한 기술서적이다. "현장에서 배워야 산 지식을 얻을수 있고, 진짜 실력이 쌓인다"는 저자들의 치열함이 묻어나 있다.

최인걸 유신 ㈜부사장(감리본부장)과 박영목 영남대 공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공저. 2006년 8월10일 초판 발간 이래 올 6월 10일 수정판 10쇄(754쪽)가 나오기까지 토목공학도들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토목학회 선정 우수 기술도서로도 선정됐다.

지반조사 및 시험, 토공, 암석과 암반, 연약지반, 굴착 및 흙막이 공법, 얕은 기초, 깊은 기초, 사면안정, 터널, 댐, 준설매립 밑 지반환경, 정보화 시공 등 총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외 시방서와 사례, 사진, 그림, 도표, 그래픽 등이 풍부해 현장실무를 익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도서출판 구미서관 펴냄.


/글 윤관옥·사진 이상훈 기자 ok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