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따라 유유히 노 저어 주오...일상의 피곤함.더위 뱃전에 부서지리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수상 레저를 즐기는 시민들. /사진제공=코마린


도심 속 체험·초보자 가능 … 인기만점

뜨거운 햇볕은 어느덧 여름이라고 말했다. 고층빌딩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물 위를 몇 척의 배가 느릿느릿 떠다녔다.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쯤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한낮의 평온을 시샘하듯 카약 2척이 물살을 갈랐다. 때로는 경주하는 것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리를 바꿨고, 가끔은 유유히 흐르며 풍경 속에 어울렸다.

카약 체험을 마치고 배에서 내린 서금영(42)씨는 상쾌한 표정이었다. 조금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내 손으로 노를 저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날 개교기념일을 맞은 11살짜리 첫째 딸, 7살짜리 아들과 경기도 부천에서 송도까지 카약을 체험하러 왔다. 얼마 전 카약을 소개해준 지인 가족과 함께였다. 계속해서 노를 젓는 게 낯설었던 아이들은 "지옥의 시간이 끝났다"고 소리치면서도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자고로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다.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친수공간이 없었던 인천에 물길이 하나둘 열리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바닷물을 끌어온 수로가 생겼고, 3㎞ 길이의 물길이 뚫린 청라호수공원은 벌써부터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계양구와 서구를 지나 서해 바다로 흐르는 아라뱃길은 시민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물 만난 인천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기회도 늘고 있다. 물이 흐르는 곳마다 카누·카약과 같은 레저 프로그램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특히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는 카누와 카약은 연인에겐 데이트, 가족에겐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센트럴파크에서 2년째 수상레저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오지석(31)씨는 "카누와 카약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5월과 9월 사이에는 주말마다 사람이 몰린다"며 "도심 속 수상 레저는 수심이 1.5m 정도로 깊지 않아서 안전하고, 야경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카누와 카약을 타러 오는 시민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청라호수공원에서 카누·카약을 체험한 이들은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신병섭 청라카누교실 감독은 "카누를 타면 도심 속에서도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물과 나, 그리고 자연밖에 없는 시간을 경험하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했다.

[다른 듯 닮은 '카누·카약'...원시인이 쓰던 배에서 유래]

카누와 카약은 다른 듯 닮았다. 카누와 카약 모두 원시인이 강이나 바다에서 교통수단, 수렵 도구로 쓴 조그만 배에서 유래했다. 다만 주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카누는 북미 인디언들이 자작나무로 배를 만들어 사용한 것에 뿌리를 둔다. 하나의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간다.카약은 그린랜드 일원 에스키모인들이 동물의 뼈에 바다표범의 가죽의 씌워 만든 배에서 시작했다. 카누와 달리 양날 노를 원을 그리듯이 좌우로 번갈아 젓는다.

카누와 카약은 닮은 듯 다르다. 카누는 한곳에만 달린 노를 젓기 때문에 손놀림이 바쁘지 않다. '느림의 미학'이다. 카약은 노를 양쪽으로 저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카누는 캐나디언 카누, 카약은 카약카누다. 둘 다 '카누'라는 큰 범주로 묶이는 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카누 종목 아래 캐나디언 카누와 카약카누로 분리해놓고 있다. 육상이 100m 달리기, 높이뛰기, 마라톤 등으로 나뉘는 것과 같다.

[인천 카누·카약 체험장 3색 매력 '아라뱃길·청라·송도']

▲ ▲지난달 7일 경인아라뱃길에서 열린 '아라뱃길 카약축제'. /사진제공=서구

아라뱃길, 드넓은 물길 … 카약 애호가 성지
청라, 수심낮아 안전 … 가족단위 즐겨 찾아
송도, 투명카약·수상보트 구비 … 야경은 덤


카누와 카약은 더 이상 생소한 레저가 아니다. 도심에서도 별다른 준비물 없이 물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인천에서만 카누·카약 체험장이 3군데 운영되고 있다. 수상 레저를 즐기기 위해 굳이 다른 지역을 찾지 않아도 된다.

카누·카약 체험장은 저마다 세가지 색의 매력을 지녔다. 경인아라뱃길에선 탁 트인 시야로 드넓은 물길이 펼쳐진다. 청라국제도시에선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푸른 나무가 반긴다. 송도국제도시에선 마천루가 빚어내는 야경이 장관이다.

아라뱃길은 카약 애호가들의 성지로 자리잡고 있다. '아라뱃길 카약축제'가 열린 지난달 7일 정서진과 시천나루를 잇는 7㎞ 구간에는 300여 척의 카약이 물길을 가득 메웠다.

축제가 끝났지만 노는 쉬지 않는다. 경인항 인천터미널 아라빛섬에선 지난달부터 '해양수산부와 함께하는 해양레저 체험 교실'이 열리고 있다. 한국해양소년단 인천연맹이 주관하는 체험 교실은 오는 9월 말까지 무료로 계속된다.

청라국제도시에서도 카누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인천시 서구는 오는 4일부터 9월11일까지 주말과 공휴일마다 청라국제도시 커넬웨이에서 '강바람 타고 카누 체험 교실'을 운영한다.

카누 체험 교실은 도심에서 손쉽게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에만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커넬웨이를 찾아서 카누와 함께했다. 특히 수심이 낮아서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카누를 탈 수 있다. 청라국제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체험장은 접근성이 좋아서 가족 단위로도 즐겨 찾는다.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는 카누와 카약, 수상 보트 등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투명카약도 구비해놓았다.

센트럴파크 인공수로는 수심이 1.5m로 얕고, 바닷물이면서도 파도가 없어서 안전한 체험 활동을 하기에 좋다.

도심 속 체험장에 마련된 카누·카약은 노의 무게가 1㎏이 채 되지 않아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보통 배 1척에 성인 2~3명씩 탈 수 있다. 처음 타보는 사람이라도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조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주변의 풍경에 취하거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들뜨더라도 배는 쉽사리 뒤집히지 않는다. 

[인천지역 카누·카약 체험장 이용 방법]

▲경인아라뱃길 아라빛섬:정서진에 조성된 인공 섬인 아라빛섬에서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양레저 체험 교실'이 열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카약과 고무보트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해양레저포털(www.oleports.or.kr)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1시간 동안 무료로 카약을 타볼 수 있다.

-기간: 9월30일까지
-장소: 인천시 서구 정서진1로 41
-문의: 032-889-3810

▲청라국제도시 커넬웨이 :'강바람 타고 카누 체험 교실'에는 서구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체험비는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에서 직접 체험 시간을 지정할 수 있고, 10명 이상이면 온라인(www.카누교실.com)으로 단체 접수를 해도 된다. 단 체험 교실은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된다.

-기간: 4일~9월11일
-장소: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교 아래
-문의: 032-560-5933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 센트럴파크에서 카누·카약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송도컨벤시아 맞은 편 이스트보트하우스를 찾으면 2만5000원에 40~50분 동안 카누와 카약, 투명카약을 탈 수 있다. 해양레저포털(www.oleports.or.kr)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무료 체험도 할 수 있다.

-기간: 연중 무휴
-장소: 인천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160
-문의: 070-4189-4609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