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자문] 안철우 한의사랑 한의원장

▲체중 바로 알기

체중에 대한 시각에는 남녀가 조금 다르다. 남성은 적당한 체격에 살집이 있으면 대부분 비만이고 비만으로 보이는 남성은 실제로는 고도비만이다.

남성은 약간 말라 보여야 정상 체중이라고 볼수 있다.

반면에 여성은 통통해 보이면 정상체중이고 늘씬해 보이면 저체중이다. 저체중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비만일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상의 위해를 일으킨다.

남성은 지방의 대부분이 뱃속의 내장지방으로 축적된다. 반면에 여성은 지방의 대부분이 피하지방, 즉 겉으로 드러나는 지방으로 쌓인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겉에서 볼 때의 체중에 대한 인식이 남녀가 조금 다른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을 나잇살이라고 한다. 나잇살은 노화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많이 먹고 몸을 쓰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체의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면 살이 찔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수록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현대인은 하루 세끼에다 간식, 그것도 모자라 과자까지 챙겨먹으며 늘 영양과잉상태로 살고 있다. 게다가 영양섭취는 탄수화물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이처럼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상태는 우리 몸을 병들게 만든다.

영양불균형은 특정 영양소가 든 식품만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일어난다. 탄수화물이 주요 영양소인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식단에 과자나 빵, 칼국수처럼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음식까지 먹게 되면 체내에 탄수화물이 과잉 공급된다. 공급된 탄수화물 중에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은 나머지는 고스란히 지방으로 축적되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과식·음주가 '현대인의 적'

현대인이 각종 성인병과 질병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과식하는 식습관에 있다. 필요 이상의 영양분과 칼로리를 섭취하면 과잉된 영양분은 지방으로 변해 당연히 살이 찐다. 과식을 하면 많은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장과 간은 무리하게 활동해야 한다.

인체의 장기는 쉬는 장기와 계속 활동하는 장기로 나뉘는데 위장과 소장, 대장은 쉬는 장기에 속한다. 위장은 식후 두 시간 정도까지만 일하고 나머지는 쉬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음식물을 먹으면 위장근육이 피곤해지고 기능이 떨어져서 음식물을 다 소화하지 못한 채 장으로 내려 보내게 된다.

또한 음식물의 해독과 대사를 담당하는 간도 계속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 기능이 저하된다.
소화흡수가 다 되지 않은 음식물 덩어리는 대장에서 부패해 독소를 발생시키고 배설되지 못한 노폐물은 체내에 축적된다.

또 다른 현대인의 비만의 원인중 하나는 음주다. 소주 1병을 간에서 해독시키는데 평균적으로 8시간이 걸린다. 소주와 함께 위장으로 들어오는 기름진 안주는 간에 부담을 주게 되어 간의 대사기능을 떨어뜨리고 대사되지 못한 에너지는 지방으로 쌓인다.

밥 한공기의 칼로리는 300㎉다. 한 번이라도 런닝머신 위에서 뛰어본 사람이라면 300㎉를 사용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소주 1병에 660㎉, 양주 1병에는 1000㎉가 들어있다. 술은 적은 양인데도 많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어 술을 끊지 못하면 살빼기는 불가능하다.

영양과잉에 의한 비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밥을 적게 먹어야 한다. 밥을 적게 먹어가면서 지금까지 저장된 지방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 언제나 영양이 부족했던 인류는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조건 저장시키게 진화하였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경우라도 먹을 것이 있으면 거부하지 않는다.

식사량을 줄인다면 바로 허기짐과 배고픔, 기운이 없어지는 증상이 오지만 이는 모두 과잉 섭취된 영양분에 몸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렇다. 3개월 이상 소식을 유지한다면 몸이 저절로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고 소비하기 시작한다. 세 끼니를 모두 소식하기가 힘들다면 저녁식사만이라도 소식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위장이 야간에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주간보다 세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저녁에 과식하고 자면 위장은 쉬지 못하고 자는 동안에도 계속 활동해야 한다. 수면 중에 위가 활동하면 신체의 다른 장기들도 같이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피곤하다.

저녁에 과식하거나 야식을 즐겨 먹으면 복부비만과 만성두통, 만성피로, 고혈압, 당뇨, 신경통, 요통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야식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2~3일만 야식을 끊어도 몸이 원상태로 돌아와 잠을 청할 수 있다. 야식의 칼로리와 위장이 혹사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야식을 먹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롭다.

과체중의 한의학적 치료

한의학에서는 영양상태를 분석하고 문진하여 과체중의 원인을 찾아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추어 침, 뜸, 한약, 약침을 사용한다.

한약의 경우 대사량을 증가시키고 운동을 할 때 몸을 가볍게 하고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의 체질과 영양상태에 따라 다양한 한약을 조합하여 처방한다. 일반적인 한약재 1~2종류로 만든 탕약이나 식품은 본인과 맞지 않을 경우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한약치료와 더불어 앞서 말한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변화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평생을 원하는 체중으로 살기 위해서는 수술 같은 일시적이거나 남이 해주는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자신의 몸무게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중조절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일시적인 다이어트나 약물치료, 지방흡입술, 체형관리 등으로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치료 전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소모하는 칼로리는 모두 다르다. 소모하는 칼로리는 적은데 먹는 것이 똑같다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체중은 내 인생의 동반자다. 다이어트만 시도할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