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배우고 작업하는 공방 … '동네 사랑방'으로
▲ 부평아트트리 마을공동체 아이들이 환하고 웃고 있는 모습


미술 전공한 이웃이 강의
매달 프로그램·교재 개발
주민·아동센터 무료 수업
판매 수익금 기부 등 선행


북적북적 아이들이 뛰놀고 삼삼오오 모여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골목길은 언제부터인가 항상 텅 비어있는 한적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데 하루를 다 허비했고 어른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이웃과 소통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언제든지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 할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이 필요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마음들이 모여 부평구 갈산동 한 공방에서 마을공동체 아트트리는 그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

아트트리를 통해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동네를 대표하는 사랑방이 생긴 것이었다. 공방을 개방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이웃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단단하게 세워져있던 벽을 허물었다.

어색함에 쭈뼛거리며 공방을 방문하던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이었다. 공방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누구든지 작품 활동을 배우고 작업할 수 있는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활동가들 모습.


공예 수업은 미술을 전공한 이웃이 진행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선정은 함께 논의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아트트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비싼 재료를 사는 대신 대부분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고 있다.

집에서 쓰다 깨진 와인잔은 이들 손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나무 막대기에는 형형색색 물감을 칠하고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를 그려 넣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갈피를 만든다.

육아로 인해 집에만 있던 엄마들에게는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이곳에서 탄탄하게 교육을 받은 엄마들은 초등학교 방과 후 선생님으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미술 세계를 선보인다.

▲ 공동체에 참여한 엄마들이 손수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부평아트트리

매달 다양한 미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령별로 적용할 수 있는 활동들을 교재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인가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미술로 나타낸다.

집에 있는 수세미로 아빠의 까칠까칠한 수염을 표현하기도 하고, 종이접기로 여름철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말이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들다 보니 아이들의 인지발달에도 큰 도움으로 주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도 발 벗고 나선다. 주민들을 위한 무료 공예 수업은 물론, 미술을 접하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창의 수업을 진행한다.

부평 로터리 지하상가 내에는 체험장을 만들어 오고 가는 주민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한다.

또 일상에 지친 지역 상인들에게는 잠시지만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무료 영화 상영회를 열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역 내 다른 마을공동체들과 협력해 '마을 별별아트마켓'행사를 개최했다.

산곡동에 위치한 부평미군부대 반환 부지를 일시 개방해 소규모 공연과 문화, 체육행사 등 주민 친숙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 행사다.

아이들이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체험장과 생활용품과 패션용품 등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을 한 켠에 진행했다.

이날은 특별히 지역화폐로 물건을 사고팔고 판매된 수익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면서 모두에게 함께 나누는 기쁨과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공동체에는 여럿이 부대끼고 함께 사는 재미가 있어요. 작은 것이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거든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돌보며 잘 커갈 수 있도록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평구 갈산동 한 공방에서 시작된 '함께 살아가자'는 이웃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이웃사랑'이라는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