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년교육학회 부회장

한판 승부를 걸 때 대타를 기용한다. 감독의 '감'이 크게 작용하는 순간이다. 그날 '촉'에 따라 밀리던 경기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신기(神技)에 가까운 대타 경기운영에 팬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1982년 세계선수권 결승 한일전,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홈런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승리도 대타 김정수의 2루타가 발판이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맞붙은 한일 준결승에서 한국은 8회까지 0-3으로 밀렸다. 9회초 오재원, 손아섭이 대타로 타석에 섰다. 4-3으로 역전했다.

'11·19도쿄대첩'으로 불릴 만큼 짜릿한 감동을 남긴 경기였다. 야구에서 대타의 성공은 경기의 백미다. 그날 대타는 영웅으로 기억된다.

가요계에는 모창가수가 있다. 모창가수들은 감독의 지시나 원조 가수들에 따라 움직이는 대타는 아니다. 유명 원조 가수의 외모까지 닮으려 노력하고, 노래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나훈아의 모창가수 너훈아(본명 김갑순)가 지난해 돌아갔을 때, 팬들의 관심과 애도가 컸다. 주용필(조용필) 현칠(현철) 하춘하(하춘화) 주현니(주현미) 등이 밤무대의 인기 모창 아이콘이 됐다. 종편 TV 프로그램 '히든싱어'는 모창 능력자를 발굴하기도 했다.

요즘 그림 대작(代作) 논란이 시끄럽다. 세시봉 멤버 조영남의 화투 그림이 한 무명작가가 대신 그린 배달작품이라서 그렇다. 미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동의에 의한 지배, 즉 문화 헤게모니가 도를 넘고 있다. 지배의 강제력으로 공정성 판단이 무뎌졌다. 대작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단순한 주장에 일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도리어 특정 집단의 임의적 조작의 결과이고, 일종의 상징적 폭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간혹 문화는 권력의 도구로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10만 원의 대가를 주고 천만 원을 거래했다면 도덕과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제 '화투'는 부당한 지배와 문화 헤게모니로 포장된 불순한 짝퉁에 불과하게 됐다. 바티칸박물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웅자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의미의 대작(大作)이다. 보조 예술가를 거느리고 벽면을 장식한 '최후의 심판'을 대신 그린 작품이라 하지 않는다. 교육 문화 예술 등 사회 각 분야에 불평등한 사회관계가 정당화되는 대타, 대리인생이 너무도 많다. / 한국노년교육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