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편견 타파목적 시작
▲ 경기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사람책 프로그램'에 학생과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교육청

'도교육청 마을공동체'서 진행 
도내 28개학교 44회 운영계획
부모·교사에게서 듣지 못했던
어른들 실패 경험담 등 이야기
독자와 자유로운 대화·피드백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치유하는 힘이 강하다는 걸 알게 됐다."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기획단이 진행하는 '사람책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활동가 채희신씨는 서울에서 처음 '사람책'을 활동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 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사람 책'으로 나섰다.

지난 25일 의정부 상우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사람책 프로그램에 10명 정도의 중·고등학생 독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실패를 딛고 일어섰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눈을 반짝거리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는 삶의 상처들이 충분히 치유된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채 활동가는 "부모나 교사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어른들의 인생과 삶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면서,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며 "누구든 삶의 주인공으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들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람책'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독자는 준비된 사람책 목록을 보고 읽고 싶은 사람책을 선택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사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사람책 참여자들은 재능기부로 자신들의 삶을 하나의 책으로 이야기한다.

'휴먼라이브러리(HumanLibrary)'로도 일컫는 등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정보를 전해주는 도서관으로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독자들이 빌리는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Human Book)이다.

휴먼북과 독자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10월 4차례에 걸쳐 도내 중·고등학생과 일반인 등을 독자로 이 같은 사람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현재 올 초 운영학교 신청과 사람책 모집 및 개별인터뷰를 마쳤다.

도내 28개 학교에서 총 44회에 걸쳐 사람책 90여명이 참여하며, 4600여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사람책 모집에서 A4용지 한 장짜리 분량의 소개글을 받았다. 사람책이 되어 본인이 소개할 삶의 이야기를 책 제목과 목록(나눌 이야기)으로 나눠 정리한 서문이다.

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람책을 구성했다. 구체적인 사람책 목록 작성과 함께 일정을 꾸렸다.

사람책 프로그램은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해 운영하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평일 1~2시간 정도 사람책 소개와 피드백 등으로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도교육청관계자는 "사람책은 덴마크에서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 등을 타파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마을주민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인생경험을 나누면서 멘토가 될 수 있다"며 "꿈, 삶을 대하는 자세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사람의 삶이 누군가에겐 진로탐색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연대감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oe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