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
▲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

인천, 현존 '국립' 문화시설 한 곳도 없어

인천에는 공 들여 문을 연 '한국근대문학관'이 있다. 인천시의 지원 아래 지난 2013년 인천문화재단이 인천항 부둣가에 줄지어 서있는 빨간 벽돌 창고 중 두 채를 개조해 꾸몄다. 개항기 인천지역의 문화유산을 문화공간으로 적절히 재탄생시켰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 동안 이 문학관이 지역에서 주목받아 왔던 것은 여느 곳과는 달리 생존하거나 작고한 특정 문인 한 사람을 기리는 공간이 아니라, 다각적인 소장 도서와 희귀 자료 등을 구비해 관람객들에게 우리나라 근현대문학의 여명기를 소상히 안내해 주어 왔다는 데 있다.

문학 입문기에 선 초·중·고 학생들과 일반 애호가는 물론 전공자들의 텍스트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요를 너끈히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소장자료가 웬만한 국내 대학 도서관의 수준을 넘는 시인·작가군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향후 '인천근대문학관' 수준의 콜렉션을 마련하자면, 적지 않은 국가예산을 중복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문학관에 어울릴 건물 신축도 고려해야 하는 등 국가예산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그런 상황인데도 최근 '국립문학관'의 건립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이미 인천지역에서 '근대문학관'을 운영하고 있고, 새삼 건립하겠다는 '문학관'이 '근현대 문학'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면, 그와 유사한 '국립시설'을 굳이 또 '서울'에 세우자고 나선 일부 문학단체장들에게 큰 의문을 갖게 된다.

어째서 또 '서울'인가 말이다. 그간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이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지 못했고, 국립문학관 건립을 발의한 의원들과도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면이다. 하지만, 기왕에 '국립문학관'을 세울 양이면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을 발전적으로 '국립화'하는 방향이 백번 더 효율적이란 생각이다.

인천은 인구 300만명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제 3의 대도시이자, 이 나라 미래 발전의 축이 될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경제자유구역을 지닌 명실상부 국제도시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립' 문화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중앙집권적 사고에 의한 불균형이다.

실례로 현존 '국립 문화시설'만 봐도, 서울 25, 경기 5, 충남 5, 전북 3, 전남 3, 경남 3, 부산 광주 강원 충북 경북 세종이 각 2, 대구 제주가 각 1곳인데 반해 인천에는 단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반면에 화력발전소, LNG기지 등 국가 기반(혐오) 시설은 인천 6, 울산 3, 부산 2, 서울 1, 대구 0, 대전 0, 광주 0곳 순이다.

정부는 인천시민들을 문화적으로 줄곧 소외시키면서 각종 공해만 떠안고 살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

더구나 기존의 어엿한 문화시설을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천만금이 드는 새 '문학관'을 만들자고 나서는 데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인천은 모든 면에서 존중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