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코미디 프로그램에 가끔 등장하는 고전이다. 내용은 이렇다. 60대에 늦게 본 외동아들이 무병장수하라고 세상에 좋은 뜻이 담긴 낱말을 모두 붙여 무려 64자나 되는 긴 이름을 지어줬다. 귀한 이름이니 함부로 줄여부르지 말라고 주변에 신신당부까지 했다. 그런데 늦둥이가 그만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를 알리러간 사람이 긴 이름을 반복하느라 시간이 자꾸 지체돼 그만 변을 막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오는 7월 새롭게 출범하는 인천시 경제분야 공공기관 이름이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다. 무려 13자나 된다. 이름만 보면 도대체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 알기 어렵다. 기이한 이름은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인천정보산업진흥원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면서 생겨났다. 기관들이 서로 본래 이름을 포기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3개 기관만 합쳐져서 그나마 다행이지, 그 이상이면 어땠을까궁금하다. 행정편의가 빚은 나쁜 사례다.

시는 25일 임명된 '경제부시장' 명칭을 '정무경제부시장'으로 변경한다. 정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관련 내용을 담은 '인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은 입법예고중이다. 시는 민선6기 출범 후 당초 정무부시장 명칭을 경제부시장으로 바꿨다. 취약한 재정난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정무기능만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래서 정무와 재정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자는 취지로 정무경제부시장이라는 다소 어색한 이름이 탄생했다. 업무 기능을 모두 명칭에 집어넣어야 된다는 발상이 우습다. 앞으로 업무가 추가되면 이름도 그만큼 길어지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송도국제도시의 5개 교량 명칭도 혼란스럽다. 시는 그동안 두번에 걸친 공모 끝에 최근 새 명칭을 확정 발표했다. 송도1교는 송도국제교, 2교는 컨벤시아교, 3교는 아트센터교, 5교는 신항만교로 결정되는 분위기다. 새 이름이나 예전 공모 이름이나 별 차별성이 없다. 지역의 역사나 정체성도 담지 못했다. 시민들은 별 반응이 없다. 이름을 어떻게 짓든 이제는 무관심해 진 것 같다. 이럴바에는 지금처럼 순서대로 1~5교로 부르는게 차라리 낫다. 인천시 작명실력이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례들이다. simple is best! '단순한게 최상'이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변함없는 진리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