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 반환 소송땐 받을수도"

A씨는 B씨가 C은행에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에 실수로 2500만원을 송금했다. B씨의 통장에 돌려줄 돈이 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시 B씨의 통장 잔액은 -9600여만원 상태였고 은행은 A씨가 송금한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4부(조윤신 부장판사)는 이번 소송에서 A씨와 B씨 간 채무관계에 상관없이 B씨가 C은행에 받을 돈이 있는지를 살폈다.

마이너스 통장은 일종의 대출로, 계좌 잔액이 있을 때는 일반 예금 통장이지만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로 넘어가면 대출로 전환된다. B씨는 C 은행에서 받을 돈이 아니라 오히려 갚아야할 돈만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C은행 측은 B씨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당시 대출 약정을 제시했다.

이 약정은 '통장이 대출로 전환됐을 때 입금된 돈은 '자동적으로' 대출금 변제에 충당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약정 등을 근거로 재판부는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A씨가 상소를 포기해 지난 14일 확정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4일 이번 판결과 관련, "(B씨가) 다른 예금통장 돈을 쓰든지 예금이 없으면 차를 팔든지 해서라도 (A씨에게) 갚을 의무가 있다는 판결로 보인다"면서 "채권채무 관계가 삼자를 거쳐 간 건데, 이 건에 대해선 (삼자인) 은행에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A씨의 권리를 직접 다루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로 소송을 구성하고 진행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씨 입장에서만 보면 은행 측이 반환하지 않은 돈은 부당이득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추심금 청구 소송으로 진행돼 A씨의 권리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약정 조항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동적으로'이라는 문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통상적인 입금'으로 제한했다면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로 입금된 금액'은 돌려받을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은행의 약정 조항을 개선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정부=강상준 기자 sjkang1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