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임직원들이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임금 삭감, 조직 개편 등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 부담을 안게 된 농협이 이달부터 NH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제외한 M급(지역본부 부장급) 이상 간부의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임금 삭감 불똥이 3급 이하 전 직원으로 튀는 것은 물론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4일 경기농협 등에 따르면 농협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이달부터 농협은행은 물론 계열사 집행간부급 이상의 임금을 10% 삭감키로 했다.

농협은 올해 1분기에만 조선·해운업종에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이 여파로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가량 급감한 895억원에 그쳤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당금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 2·3분기에도 경영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본부 M급 이상은 이달부터 기본급의 10%을 자진 반납하는 형식으로 임금이 삭감됐고, 농협생명 등 계열사들도 같은 직급에 한해 순차적으로 임금 반납에 동참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조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의 한 간부 직원은 "농협의 임금 삭감은 IMF 외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말이 반납이지 반강제적인 임금 삭감에 그치지 아니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 여파가 확산하면 조직 전체의 임금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경영 악화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없는 분위기여서 직원들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본부 부장급 이상의 임금 반납은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차원의 재원 조달 방안"이라며 "중앙회 차원의 출자 검토나 수익성 강화를 통한 재원 마련 등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