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성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지구촌 생태계가 깨어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으로 꿀벌을 비롯해 우리와 친숙했던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연합환경계획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170만 종의 생물종(種) 가운데 해마다 2만5000~5만여종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20~30년 안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사라지는 생물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봄 소식을 전해주던 제비를 보지 못한지 이미 오래 됐으며, 그 흔하던 쇠똥구리나 물가에 지천으로 널렸던 가재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의 떼죽음이 지속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군집붕괴 현상은 10년 전 북미에서 시작해 남미와 유럽을 거쳐 지금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전체로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심한 경우 50%에 이르는 벌이 떼죽음했다고 한다.

강대성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은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전자파 등으로 추정되지만, 꿀벌의 식량인 밀원식물의 감소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벌꿀 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아카시나무 숲은 90년대 12만5000ha에서 최근 2만 6770ha로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기후온난화로 아카시나무의 개화가 땅끝마을 해남과 서울대공원이 동시에 피는 등 남쪽 지방과 북쪽 지방의 개화기 차가 예년 15일에서 최근 7~10일로 짧아졌다. 따라서 벌꿀 채밀기간이 45일에서 최근 25일로 크게 줄어 꿀벌의 수난은 물론 양봉농가도 울상이다.

벌꿀 채산성이 떨어져 양봉농가도 급감하고 있다. 농림축산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5년 4만1039농가에서 2014년 2만1214농가로 10년새 무려 절반 가까이나 줄었다. 양봉산업의 쇠퇴는 단순 양봉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과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벌은 농작물 수정에 필수적인 매개충이기 때문에 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류의 식량 고갈을 예고하는 것이다.

사양길에 놓인 양봉산업을 육성하고 나아가 지구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도 아카시나무, 백합나무, 헛개나무, 옻나무 등 다양한 밀원식물 군락 조성이 시급하다. 한때 '나쁜 나무'로 인식했던 아카시나무는 오히려 질소고정균과 공생해 척박한 토질을 개량, 비옥하게 만들고 잎은 대량의 양이온을 방출해 산성비의 산도를 낮추는 등 환경순화기능도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밀원식물 중 벌꿀 생산량이 가장 많아 연간 2000여억원에 이르며, 품질과 향도 뛰어나 꽃꿀 생산에 최적인 식물이다. 사라지는 아카시나무 숲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아카시 나무 숲길을 만들고 개화기가 빠른 품종과 늦은 품종을 개발해 꿀벌의 채밀기간을 늘리는 것이야 말로 사라지는 벌을 돌아오게 만들고,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대성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