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밀반입 돼 죽어가는 행위가 사라지길 바라며 꼭 고발하고 싶었죠."

국제 멸종위기종인 '비단원숭이'(커먼 마모셋·학명 Callithrixjacchus) 밀반입사건 범인 검거의 일등공신은 고교생으로 밝혀졌다.

고양시내 한 고교에 재학중인 A군은 지난해 우연히 동네에서 동물 분양업체를 알게 됐다. '미니 동물원'을 떠올리게 한 그곳에서 A군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다른 샵과 비교해 월등히 동물이 다양하고 수도 많은 그곳의 내부에는 악취도나고 생육환경 역시 좋지 않아 보였다. 결정적으로 한쪽에 조류 알 부화기까지 있는 것을 보고는 밀반입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A군은 중학생 때부터 코뉴어 앵무새 두 마리를 분양해 함께 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동물 분양업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드나들며 관련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A군은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곳 관계자가 운영하는 비공개 블로그에 접속한 뒤 멸종위기 1·2급 동물들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준뒤 블로그 운영자는 돈만 있으면 구해줄 수 있다고 해 암거래가 의심됐다고 했다.

"이건 긴팔원숭이 새끼에요. (멸종위기) 1급이죠. 이건 블러드파이톤이라는 뱀이에요. 2급이죠. 직접 보진 못했지만, 이런 뱀은 스타킹에 숨겨서 들여온다던데요."

준전문가 수준의 A군은 그러면서 "공부는 못하는데, 동물 관련 내용은 한번 보면 그냥 머릿속에 들어온다"면서 겸연쩍어했다.

이렇게 혼자 수집한 정보들을 토대로 A군은 국내 한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다. 비단원숭이 밀반입자 검거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 12일 태국에서 밀반입한 비단원숭이 새끼 2마리를 국내에서암거래하려 한 혐의(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블로그 운영자 B(41)씨를 붙잡았다.

A군의 제보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밀반입 정황이 있는 분양업체 몇 곳을 관련 기관에 제보했다.

A군은 제보자 신분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심 없는 어른들의 책임의식을 묻고 싶다며 23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과 영상에도 관심이 많은 A군은 장래에 희귀동물 밀거래 문제 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어 나쁜 어른들을 꼭 고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양=이종훈 기자 j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