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인천강화署순경
김수미 인천강화署순경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면 할머니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해본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일 때 혹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으로 길을 건너본 경험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어른이 함께 손을 잡고 가고 있고 누구도 나쁘다고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학교에서 무단횡단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쁘거나 근처에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으면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

'무단'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전에 허락이 없는, 아무 사유가 없는'이라고 나온다. 즉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절대로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놓은 것이다.

흔히 우리는 무단횡단을 경찰관들에게 훈방 조치 후 끝나는 가벼운 문제라고 생각을 하기 쉽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무단횡단을 하다가 순찰을 돌던 경찰에게 걸려 훈계를 받은 적이 있다는 친구들을 종종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무단횡단은 범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벌금형에 처해지는 엄연한 범법행위다. 무단횡단을 범죄로 분류하고 통제하는 이유는 무단횡단을 하는 당사자의 안전을 위해서다.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좌우를 살피고, 안전하다는 본인 판단 후 무단횡단을 시도했을지라도 갑작스레 달려드는 차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거리, 교차로와 같은 경우 차량 통행량이 많고, 운전자가 미처 발견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성이 높아진다.

교통사고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발생할 수 있다. 달리고 있는 차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갑자기 미끄러져 사고를 낼 수도 있고, 정차를 하고 있는 차도 급발진을 하거나 핸들 오작동으로 방향을 잘못 틀어 사고를 낼 수도 있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나의 예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빈도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횡단보도는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한 숨 돌리게 해주는 길잡이다.

요즘 성급한 사람들을 풍자하는 말로 '1분 먼저 가려다 저승으로 먼저 갑니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물론 비단 무단횡단에만 빗대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무단횡단에도 해당이 된다.

1분을 먼저 서두르는 것이 아닌 목숨을 지켜줄 횡단보도의 그린라이트를 찾아 안전으로의 한 걸음 한걸음 내딛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미 인천강화署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