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꽃향기 가득 … 仙景이 이곳인가
▲ 배를 타고 이강유람을 하는 관광객들.


계수나무 꽃향기로 가득한 중국 계림(Guilin, 桂林)은 수려한 경치와 천하제일 산수를 자랑하는 곳으로 중국 남부 베트남과 라오스 접경지대에 위치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수의 도시로 장가계(Zhangjiajie, 張家界)를 떠올리지만 예부터 중국 시인과 화가들의 작품에 소재가 된 곳은 계림이다.

수만 년 동안 석회암이 비바람에 씻겨 만들어낸 기암괴석과 그 사이로 흐르는 이강(離江)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계림은 연중 내내 비가 많이 내리고 습도가 높은 지역으로 안개와 어우러진 산봉우리의 모습은 계림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도시 그 자체가 바로 한 폭의 산수화인 곳, 계림의 풍경을 감상해보자
 
계림 여행의 필수코스 '이강유람'

▲ 이강유람을 통해 만날수 있는 산수풍경.


중국의 관광 도시이자 역사 도시인 계림은 3억 년 전 본래 바다였다가 지각운동으로 인해 석회암이 수면 위로 상승하면서 형성됐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풍화와 침식작용을 거쳐 지금과 같은 경관을 갖게 됐다.
 
계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강유람이다. 이강은 지류까지 흐르는 총 430㎞의 물줄기로 계림에서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다. 특히 계림에서 양삭까지의 83㎞ 구간이 핵심 코스로 꼽힌다.

배에 오르는 순간 좌우로 펼쳐진 기묘한 봉우리들은 무릉도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광객들은 산수에 흠뻑 취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른다. 그들에게 '현세 속 선경(仙景)'을 한눈에 담기에 유람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계림의 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유람선을 타고 양강사호(兩江四湖)를 돌아봐야 한다. 이강과 도화강, 용호, 계호, 삼호, 목룡호로 이뤄진 인공호수는 파리 센느 강에 비할 수 없는 감성과 분위기를 풍긴다.

▲ 양강사호 다리를 통과하는 유람선.

인공조명을 받아 형형색색 빛나는 정자 성과 탑, 다리 등은 야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이동 중 강변에 설치된 무대에서 각종 공연과 악기 연주가 펼쳐지고 강 위에서는 계림의 독특한 어획 방식인 가마우지 낚시의 생생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산수가 한눈에 보이는 '요산(堯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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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용 케이블카를 타고 요산을 오르는 모습.

계림에서 약 1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요산은 해발 903m, 높이는 760m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요산은 계림의 산들이 대부분 석회암 산인데 반해 유일한 흙산이다. 주나라에서 당나라 시대까지 산 위에 '야오' 임금을 섬기는 사당이 자리잡아 '요산'이라는 이름을 갖게됐다.

2인용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 위를 오르면서 푸른 나무들로 가득한 시원한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수많은 봉우리가 우뚝 솟은 계림의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 옆에는 십이지신상에 해당하는 금불상이 앉아있다. 관광객들은 본인의 띠 앞에 서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소원을 빈다.
 
각양각색 기이한 종유석의 세계 '관암동굴'
 
관암동굴은 중국 최고의 석회암 동굴로 오랜 시간 폐쇄돼 있다가 개방됐다. 동굴의 길이는 총 12㎞로 관광객들에게는 3㎞ 만 공개됐다. 동굴 입구에는 술을 담아서 저장한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있고 주막에서 고장 고유의 술을 맛볼 수 있다.

어두운 동굴 안은 화려한 조명으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종유석, 석주, 석순에서 동굴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으며 관광을 위해 설계한 모노레일, 엘레베이터 등은 동굴 탐험의 재미를 더한다.
 
산과 물, 동굴이 어우러진 '천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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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산에 뚫린 큰구멍.

천산공원은 계림 동남쪽에 위치했으며 공원의 천산(穿山)과 탑산(塔山) 사이로 이강의 지류인 소동강이 흐른다. 천산에는 천산암(穿山岩), 천암(穿岩), 월암(月岩) 등이 있고 산꼭대기에는 천산정자(穿山亭子)가 있다.

높이 224m인 천산은 5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산의 형태가 수탉처럼 생겨서 서동 쪽이 머리, 남북 쪽이 양날개, 중간 봉우리가 등에 해당하며 서쪽 봉우리의 월암은 닭의 눈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월암 바로 앞쪽 소동강 강변에 높이 194m의 탑산은 1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인해 천산과 분리됐다. 산 정상에 명나라 때 건립된 7층짜리 수불탑(壽佛塔)이 있어 탑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뚫을 천(穿) 자를 쓰는 천산은 가운데 큰 구멍이 있는데 남월(南越)과의 전투에서 북파 장군 마원(馬援)이 쏜 화살이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월암에서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면 소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천산공원은 자연동굴이 뻥 뚫려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곳이다.
 
도연명(陶淵明)의 이상향 '세외도원(世外桃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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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세외도원.

세외도원은 계림에서 양삭(陽朔)으로 가는길에 있으며 진나라 문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挑花源記)에 나오는 이상향인 도화원(挑花園)의 모습을 현세에 구현한 곳이다.
 
큰 호수를 중심으로 각 소수 민족의 생활 풍습과 전통가옥을 볼 수 있다. 계림에는 장족, 묘족, 요족, 동족, 와족 등 28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으며 총 인구의 8.5%를 차지한다.작은 나룻배를 타고 길을 따라 지어진 전원풍의 집들과 실개천의 오래된 다리, 깊게 난 동굴, 밭에서 일하는 촌민을 만날 수 있다.

배가 지나갈 때마다 소수민족들이 나와 음악과 함께 짧은 공연을 선사한다. 어둡고 좁은 동굴 속을 지나 '세상 속의 바깥'인 세외도원이 펼쳐진다. 분홍빛의 복숭아꽃이 만발한 풍경은 동화 속 세상에 온 기분을 들게 한다. 전통 베틀을 이용해 직접 베를 짜며 수공예품을 만드는 소수 민족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중국과 서양이 만난 이국적 풍경의 '서가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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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가재래시장.

계림에서 남쪽으로 65㎞ 정도 떨어진 양삭에 위치한 서가재래시장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국적 정취와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이곳은 양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음식점과 카페의 간판은 중국어와 영어가 함께 쓰여 있고 상점의 종업원들은 간단한 영어를 사용한다. 밤이 되면 더 다채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골목은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자연을 무대로 한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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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유삼저 명장면.

계림에 가면 양삭의 '인상유삼저'를 꼭 보고 오라는 말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지휘한 중국 영화의 거장 장예모가 기획하고 연출한 공연으로 5년 반에 걸쳐 만들어낸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유삼저'는 유 씨 집안의 셋째 딸이란 뜻이다. 앞에 '인상'이 붙은 것은 장예모 감독이 중국 정부와 함께 중국의 명산과 호수, 관광지를 무대로 그 지역의 민화나 전설을 공연으로 만든 '인상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상유삼저는 유 씨네 셋째 딸이 지주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목동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유삼저 설화'를 바탕으로 장족(壯族)과 묘족(苗族) 등 소수민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달의 요정이 등장해 초승달 위에서 춤사위를 펼치는 장면이다.
 
드넓은 호수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대한 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웅장한 스케일의 공연은 수많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장예모 특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상상력과 자연은 조화를 이룬다.
 
공연장 입구는 케이팝 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북적인다. 하루에 두 번 공연이 열리며 공연시간은 약 70분이다. 객석 규모는 3200석으로 매 공연 때마다 모든 좌석이 매진된다고 한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