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열정…접시에 꿈을 담다


지난해 3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에스코피에 영 탤런트 트로피 세계대회에서 2등을 수상한 인천 출신 여자 셰프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그랜드 하얏트 인천 레스토랑 '8'의 김은비(25) 셰프다.

어린 나이에 국제대회에서 이름을 떨쳤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가 요리에 입문한지 불과 만 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그를 주목하게 한다.

국내외 고객들에게 고향이자 근무지인 인천을 테마로 한 요리를 선보이고, 요리를 지망하는 지역 학생들을 위한 멘토 활동도 하고 싶다는 당찬 모습도 갖고 있다.

요리에 대한 동경, 현실이 되다

김은비 셰프는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배웠다. 발레를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서양요리에 늘 관심이 있었는데 부모님은 제가 무용으로 성공하기를 원하셨어요. 부모님 몰래 대학교 조리과에 입학지원서를 넣고 그 외에는 전부 상향지원을 했죠. 결국 조리과 하나만 붙어 겨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어요."

어렵게,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요리에 입문한 그는 그동안 표출하지 못했던 열정을 마음껏 쏟아냈다.

20살에는 농림식품수산부가 주최하는 인턴 과정을 신청해 미국 뉴욕 연수 기회를 얻었다. 1년 동안의 인턴 과정을 마친 그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 실습에도 도전했다.

이후 2달간의 아르바이트와 장기인턴을 거친 그는 결국 정직원이 됐다. 정식 셰프가 되고 나서는 요리에 대한 남다른 실력을 뽐내며 동료 직원들은 물론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인정받은 실력

그는 대학 은사의 권유로 지난해 5월 국제 에스코피에 대회에 참가했다. 24세 미만의 청년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스코피에 영 탤런트 트로피 대회는 교수 1명과 학생 1명이 짝을 지어 출전한다. 그는 대학 은사와 짝을 이뤘다.

그는 국내에서 열린 한국전과 3일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전에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했고, 유럽 본선대회까지 나가게 됐다.

본선 대회에서는 프랑스 전통 음식인 대구찜 요리를 미션으로 받았다.

평소 요리를 할 때 향과 색감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그동안 쌓아온 실력과 섬세한 감각을 발휘했다.

"대구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 히비스커스를 베이스로 한 벨루데 소스를 만들어 생선과 어우러지도록 했는데 그 부분이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그러나 처음 출전하는 국제대회였던 만큼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렀다.

"수십장의 외국어로 쓰인 조리규칙을 받았는데 전부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는 대구의 뼈와 살을 분리해서 만들었는데, 조리 규칙에는 대구를 분리하지 말고 통째로 요리하라고 써있었던 거예요. 다행히 다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실격을 면하고 2등을 했지만 요리에서 그만큼 규칙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스페인 연수 프로그램과 미슐랭 레스토랑

 


지난해 말에는 그가 일하는 호텔 총 주방장의 제안으로 세계에서 단 12명에게만 주어진다는 스페인 2015 ICEX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이탈리아 출신 미뗄리 총 주방장이 제게 프로그램 참가 의사를 물어보셨어요. 머뭇거리는 저를 위해 접수에 필요한 서류들을 다 점검해주고 도움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6개월간 공석은 항상 비워 둘 테니 편히 갔다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마음 놓고 다녀올 수 있었죠."

흔치 않은 기회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지만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함께 따랐다.

"낮에는 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학교가 끝나면 전통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하는 식으로 쉴 틈 없이 지냈어요. 당시에는 힘든 줄 모르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에요."

한국에는 없는 미슐랭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들에서도 일할 수 있었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제품이나 주방시스템, 현대적인 테크닉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또 12개국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전 세계 요리를 공유할 수 있어 굉장한 경험이 됐죠."

그는 스페인 연수에서 습득한 기술과 지식들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선보일만한 요리도 상당수 구상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식재료를 많이 쓰는데, 조리방법이 독특해요. 가령 잘 익은 토마토와 피망, 오이, 마늘, 물에 적신 빵을 블렌더에 넣고 올리브 오일, 식초, 얼음물을 첨가해 갈아서 마시는 가스파초 같은 것들인데 한국인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김은비 셰프는 스페인 연수 경험을 살려 지난달부터 그랜드 하얏트 인천 스웰라운지에서 스페인 타파스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월에는 호텔의 레스토랑 '8'에서 스페인 특선 요리인 '스페인의 추억'을 내놓을 예정이다.

'스페인식 타파스 & 까바'에서는 전통적인 스페인의 맛을 표현했다면, '스페인의 추억'에서는 김은비만의 해석이 담긴 색다른 요리를 소개할 계획이다.

인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

김은비 셰프의 요리 원동력은 고향 인천이다.

"바다가 인접한 인천에는 해산물을 비롯해 신선한 음식들이 참 많아요. 지역의 맛집들을 자주 찾아 다녔는데 그때마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어릴 때부터 느꼈던 인천의 풍경과 향기, 소리, 촉감, 맛 오감을 담은 요리를 만들어 본인의 역량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하는 호텔이 공항 옆에 있다는 특징을 살려 인천의 바다와 섬, 밤을 주제로 한 세트 메뉴를 국내외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만큼 인천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저처럼 요리사가 되길 희망하는 지역 후배들에게 멘토로서 희망을 주고 싶어요. 지금과 같은 열정을 유지하면서 우리 호텔과 인천, 한국의 이름을 빛내는 조리사가 되겠습니다."


/글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
/사진 이상훈 인턴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