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물은 암반 위를 구슬처럼 떨어지고 …성스러운 기운·기막힌 풍광 고스란히    

김경원 포스코건설 팀장 추천산
저마다 색다른 능선·기암절벽들
억새·철쭉 등 절경 '한폭의 그림'

한국 사람들의 산사랑은 대단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니어도 주요 산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유별한 산 사랑으로 아웃도어 시장도 매년 큰 성장을 거듭해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가의 등산복과 장비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오죽하면 등산복이 국민 교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제는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 유명 산을 찾는 등산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에베레스트 등 고봉이 많은 네팔에서 트래킹을 즐기는 한국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외 산도 좋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즐비하다. 23개월 동안 전국 100대산을 오른 김경원 포스코건설 팀장이 추천하는 10대 명산을 소개한다.

1. 가리산(1051m)

강원도 홍천에 있는 가리산의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했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나,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원 제1의 전망대라고 할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암봉 두개가 솟구쳐 오른 정상은 힘차기 그지없고, 정상아래 바위틈에서 석간수가 솟아나는 모습은 기묘하기만 하다.

●산행거리(시간) : 9.6㎞(약 5시간)
●산행코스:홍천고개(580m)-681봉-등잔봉-새득이봉-가삽고개-3봉-2봉-1봉(가리산정상)-무쇠말재-가리산휴양림-매표소-예지수련원도로

2. 가리왕산(1562m)

▲ 가리왕산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정선의 진산인 가리왕산은 산이 높고 웅장하다. 능선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지대로 육중하고 당당하며 자작나무와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 하순에는 산기슭 곳곳에 취나물, 두릅 등 수십 종의 산나물이 돋아나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가리왕산에는 8개의 명승이 있다.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가리왕산 상봉의 망운대,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 등이 그 것이다.이 중 제1경인 망운대가 으뜸이다.

●산행거리(시간) : 9.4㎞(약 5시간)
●산행코스:장구목이 입구-임도-정상 삼거리-가리왕산-장구목이 입구    

3. 공작산(887m)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공작산은 사방으로 뻗은 능선이 공작의 모습을 닮았다. 주위에는 응봉산·덕구산 등이 솟아 있다. 응봉산에서 발원하는 덕치천이 서류하다가 공작산에서 흐르는 작은 계류와 합류하여 수타계곡을 만들면서 홍천강으로 흘러든다. 노천리에서 수타사에 이르는 약 8㎞의 수타계곡은 곳곳에 솟은 기암절벽과 백색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계곡은 물론 용담을 비롯한 여러 호소와 하늘을 덮은 수림이 잘 조화된 절경을 이룬다.
●산행거리(시간) : 5.4㎞(약 3시간)
●산행코스:공작현-406번국도-공작산 입구-공작릉-능선삼거리-공작산 정상-능선삼거리-공작현

4. 방태산(1444m)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북쪽으로 설악산, 점봉산, 남쪽으로 개인산과 접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을 간직하고 있다. 아침가리골의 짙푸른 물은 암반 위를 구슬처럼 굴러 떨어지고, 적가리골은 펼쳐진 부채같은 독특한 땅모양을 가지고 있다. 또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으며 수량이 풍부하고 특히 마당바위와 2단 폭포는 절경이다.

●산행거리(시간): 12.3㎞(약 7시간)
●산행코스:개인약수산장-개인약수터-이정표-정상 주억봉-구룡덕봉-샘터방향 하산-개인약수산장

5. 명성산(923m)

▲ 명성산

경기 포천의 명성산은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건에게 쫓기어 피신하던 궁예가 이 산에서 피살됐다고 한다.

명성산은 매년 10월이면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은빛 억새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억새밭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정상가는 길의 능선에선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 또한 흘린 땀을 한 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주는 산이다.

●산행거리(시간) : 5.5㎞(약 4시간)
●산행코스: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군락지-팔각정-나무계단-책바위-비선폭포

6. 가야산(1430m)

▲ 가야산

1972년 10월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된 가야산 국립공원은 경상남도와 경상북도가 서로 잇대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봉은 경남 합천에 위치한 상왕봉(우두산)으로 해발 1430m이고, 또 하나의 정상 칠불봉은 해발 1433m로 경북 성주군에 있다.

가야산은 예로부터 가야국의 건국신화가 고스란히 내려오는 성스러운 지역으로 서성재에서 백운동 하산길 600m 지점 만불상 코스에 있는 상아덤 봉우리(1130m)는 6가야국의 주산이다.

●산행거리(시간) : 9.1㎞(약 5시간)
●산행코스:백운동탐방지원센터-용기골-백운교(1,2,3,4)-백운암지-서성재-칠불봉-상왕봉 정상(우두봉)-토신골-가야산탐방지원센터(토신골공원 지킴터)-용탑선원-해인사-성보박물관-치인주차장

7. 천성산(922m)

천성산은 경상남도 양산시 웅상읍과 상북면·하북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원적산이라고도 한다. 천성산은 산 두개를 하나로 엮은 산인만큼 등산기점을 여러 곳에서 정할 수 있다. 흔히 4코스가 있는데 초반 산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1봉과 2봉으로 오르는 기점들이 곧 하산기점이 되기 때문에 어느 곳을 택해 내려가도 좋으나, 정상과 2봉을 동시에 거쳐 가려면 내원사-홍룡사 코스나 내원사-덕계 코스로 잡는 것이 좋다.

●산행거리(시간) : 약 10㎞(약 5시간)
●산행코스:내원사매표소주차장-중앙능선-천성산제2봉-짚북재-성불암계곡-내원사매표소주차장

8. 황매산(1108m)

▲ 황매산

경남 산청의 황매산은 소백산맥에 속하는 고봉이다.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며 700~900m의 고위평탄면 위에 높이 약 300m의 뭉툭한 봉우리를 얹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북쪽 비탈면에서는 황강(黃江)의 지류들이, 동쪽 비탈면에서는 사정천(射亭川)이 발원한다. 주봉우리는 크게 하봉·중봉·상봉으로 나뉜다.

삼라만상을 전시해 놓은 듯한 모산재(767m)의 바위산이 절경이며 그 밖에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과 무지개터, 황매산성의 순결바위, 국사당(國祠堂) 등이 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산행거리(시간) : 약 14㎞(약 6시간)
●산행코스:장박마을-975m봉-황매산 정상-베틀봉-장승 삼거리-목장-덕만주차장

9. 무등산(1187m)

▲ 무등산


광주광역시 북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과의 경계에 있는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이다.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일대는 서석대·입석대·규봉 등 수직 절리상의 암석이 석책을 두른 듯 치솟아 장관을 이룬다. 

또 마치 옥새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새인봉은 장불재에서 서쪽 능선 상에 병풍 같은 바위절벽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고장 산악인들의 암벽훈련장으로 유명하다.

 무등산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너덜이라 할 수 있다. 천왕봉 남쪽의 지공너덜과 증심사 동쪽의 덕산너덜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경관을 연출한다.

●산행거리(시간) : 8㎞(약 5시간)
●산행코스:중지마을-샘터-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용추폭포삼거리-중지마을

10. 덕룡산(432m)

전남 강진의 덕룡산 매력은 조금은 아찔할 정도로 우뚝 솟은 바위 봉우리들을 넘어가며 이어지는 암릉구간에서 즐기는 스릴과 탁트인 풍경일 것이다. 4월 초 남도의 산하에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이 곳을 찾는 다면 붉은 진달래와 하얀 암봉이 조화를 이루는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다. 덕룡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덕룡산의 한쪽 끝인 소석문에서 시작하면 된다. 식수문제만 해결된다면 소석문에서 시작하여 덕룡산과 두륜산, 달마산까지 종주산행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산행거리(시간) : 약 12㎞(약 9시간)
●산행코스:소석문-덕룡산 동봉-서봉-주작산-작천소령-401봉-오소재


※ 100대 명산 등정 [김경원] "도전의 삶이 살아있는 삶"

김경원 포스코건설 팀장

"우연하게 시작한 일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을 낼 수 있어 매우 기뻤습니다."

김경원 포스코건설 팀장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23개월 동안 100대 한국 명산 등정을 마쳤다.

그는 등산의류업체에서 40대 명산 도전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이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은 아이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시기가 아닙니까. 저와 아들 모두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고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등산을 선택했습니다."

40대 명산을 다 오르고 나니 아들과 함께 100대 명산 등정에 대한 도전에 대한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는 오를 산을 고르고, 자세한 정보 등을 모았다.

그러나 끝까지 아들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아들이 기흉이라는 질병에 걸려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둘이서 함께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만큼 혼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중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도전을 이어갔다. 도전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또 그 것을 성취해낸다는 것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많은 등산동호인들의 꿈인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하는 소중한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도전하는 삶은 살아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들의 병이 다 나으면 다시 한번 100대 명산 등정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구 기자 h156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