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는 명장 조사(趙奢)의 활약으로 한때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병법 이론에만 심취해 있던 조사의 아들 조괄(趙括)을 장군으로 임명하면서 나라의 운이 기울기 시작했다. 진나라 침공을 받은 조괄의 군대는 우왕좌왕하다 40만 대군이 몰살당하는 역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조나라 내부에서는 실전 경험이 없는 조괄의 중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조나라 책략가 인상여(藺相如)는 "조괄은 병서만 읽었을 뿐 전쟁 상황에 맞게 변통하는 기술이 없다. 이는 마치 거문고 줄을 아교로 고정시켜 놓고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진언했다. 임기응변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여기서 나온 얘기가 교주고슬(膠柱鼓瑟)이다. 융통성 없고 고지식함을 이르는 말이다.

수영선수 박태환을 리우올림픽에 보내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세계도핑기구에서 엄격 금지하고 있는 약물(네비도)을 투약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 부터 18개월간 자격정지를 당했다. 이후 FINA 징계는 풀렸지만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징계 만료 이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로 뛸 수 없다)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박태환은 그동안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정상급 기량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달 열린 88회 동아시아 수영대회 4관왕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 여론은 박태환을 구제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기회를 줘야한다는 의견이 70.9%였다. 싸늘하던 여론이 '2중 처벌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으로 바뀐 셈이다. 박태환은 지난 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에 봉사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회견장에 동참해 힘을 보탰다.

박태환은 인천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2년가까이 인천시청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문학동에는 그의 이름을 딴 수영장도 새로 건립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스포츠 스타를 무턱대고 옹호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교주고슬하는 대한체육회도 옳은 처사는 아니다. 원칙만 내세우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셀수 없이 많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러시아에 귀화 한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조국에 비수를 꽂은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의 쓰라린 교훈은 고작 2년전 일이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