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존엄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임은 상식에 속한다. 8일은 어버이날이다. 범국민적 효 사상 앙양은 물론 전통 가족제도의 계승·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다.

앞서 지난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조건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지구촌 각국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일 년 중 5월은 가장 많은 기념일이 몰려 있는 달이다. 찬찬히 달력을 살펴보면 31일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13일이 저마다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날'들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유권자의 날(10일), 욕심과 두려움을 버리면 맑은 마음이 되어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음을 인류에게 가르쳐 준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14일),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 사회풍토를 조성하자는 스승의 날(15일), 만 19살 된 젊은이들에게 어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성년의 날(16일)도 다가오고 있다.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펼쳐진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5·18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발명사상을 드높이고 기술 진보를 꾀하자며 제정된 발명의 날(19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뿐 아니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의 법정기념일인 세계인의 날(20일)이 계속 이어진다.

부부 관계의 소중함과 가족해체 예방을 일깨우기 위한 부부의 날(21일)이 있는가 하면 재해 예방에 관한 국민 의식을 높이자는 방재의 날(25일), 장보고(張保皐)의 청해진 설치를 기려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정된 바다의 날(31일)에 이르기까지 5월은 온통 '의미'를 부여 받은 날들로 가득차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5월은 가정의 달로 인식된다. 하지만 의례적인 가족행사나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중압감 탓에 지갑은 가벼워지고 심신만 지치는 달로 추억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서도 마음 한 조각을 떼어내 우리 자신과 가족, 이웃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수정(守靜·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의 달로 가꿔보길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