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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나타난 '수수께끼 같은 거리의 사진사' 비비안 마이어(1926~2009)가 남긴 10만여 장에 달하는 미공개 사진이 빛을 볼수 있게 됐다.

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마이어의 미인화된 사진 90%를 소유한 시카고 주민 존 말 루프(34)가 마이어 작품 저작권을 놓고 2년간 벌인 긴 법정 분쟁이합의로 마무리됐다.

말루프는 이날 법원으로부터 마이어 작품에 대한 저작권 중재 책임을 부여받은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 당국과 1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합의를 이루고,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종 승인은 오는 10일 쿡카운티 유언 검인 법원 메리 엘런 코글란 판사가 내리게 된다.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말루프는 "최종 서명 절차가 남았으나, 결과에 비교적 만족한다"며 "이번 합의로, 2014년 6월 법정 분쟁이 발생하면서 일제히 정지됐던 '마이어 프로젝트'가 진전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마이어가 인생 후반기에 찍은 35mm 컬러 필름 수백 통을 인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어린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내고 뉴욕로 돌아갔다가, 20대 후반 시카고로 본거지를 옮겨 2009년 83세로 숨질 때까지 살았다.

그는 유모를 하면서 1950년대부터 50년 이상 시카고 곳곳과 뉴욕을 비롯한 미국내외 도시를 다니며 거리의 사람들 모습을 앵글에 담았으나, 15만여 장에 달하는 작품은 생전 공개된 일이 없다.

마이어의 필름과 사진들은 상자에 담겨 유료 창고에 보관돼오다 2007년 창고 임대료 미납으로 경매에 부쳐졌고, 시카고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말루프는 누가 찍은 지도 모르는 필름이 담긴 상자를 400달러(약 46만 원)에 사들였다. 이 안에는 미인화된 사진 10만여 장이 담긴 필름과 3천 장 이상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작품에 매료된 말루프는 필름의 원주인을 찾아 나서 어렵사리 소재지를 알아냈지만, 마이어가 세상을 떠난 수일 후였다. 

그는 2009년 사진 일부를 온라인 사진 공유사이트에 올렸고, 이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20세기 미국 최고의 거리 사진"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마이어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겠다는 요청이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고, 그의 일과 삶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왔다.

말루프는 마이어의 생애를 담은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Maier)를 제작했고, 이 작품은 2015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의 상업 사진작가 출신 변호사 데이비드 딜이 말루프의 권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말루프는 마이어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프랑스인 사촌 실벵 조소로부터 저작권 이양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딜은 친인척관계를 조사한 끝에 또 다른 프랑스인 사촌 프랜시스 베일리가 마이어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고 상속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쿡카운티 당국을 저작권 중재자로 지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