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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예약함에 따라 중국도 '긴장모드'에돌입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에 대한 '강간'이라는 막말 비유로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가 실제로 차기 미 대통령이 된다면 양국 간에 세기의 무역전쟁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거액의 흑자를 기록해왔고, 이 돈은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4조 달러 가까이 채우고 인프라 건설을 포함해 중국 안팎의 대규모 투자의 기반이 돼왔다. 2015년 현재 미중 교역액은 5천980억(약 690조원)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 등 주요 무역상대국의 수입품에 대해 최고 45%의 '폭탄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해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야기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기간에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비이성적인 타입(type)"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봉황망(鳳凰網)도 지난달 9일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겨냥해 "무뇌(無腦)적 발상"이라고 공격하며,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글로벌 경제는 일련의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상품의 판매 감소는 전체적으로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4일 "중국 입장에서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대중포위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시아 회귀정책(Pivot to Asia)을 강력히 추진했고, 트럼프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둘 다 중국이 원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식을 가진 힐러리가 되기를 바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중국이 트럼프가 제창한 새로운 외교·안보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은근한 기대를 하고 내심 트럼프의 당선을 바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는 자국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타국의 문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현재 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정책'의 탈피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입지가확대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에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들이 안보와 관련, 적정한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망은 최근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안보구상이 제2차 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협력네트워크를 깨고 자신들이 지역 주도권을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인권문제를 비판해온 힐러리를 혐오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인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50%를 넘겼다. 이는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뉴스가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33% 수준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