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완 교수 인천대학교 인천방재연구센터장

2015년 10월21일 대한민국 대전에서 개최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에서 개방형 과학과 빅데이터 활용을 포함한 향후 10년간 세계 과학기술 혁신의 이정표가 될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위한 대전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국제적 협업과 개방 정책을 가장 잘 반영한 모델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OA) 학술지이다.

기존의 학술지는 출판사 혹은 학회가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이양을 받아 심사를 거쳐 출판된 논문들을 이용자들에게 구독료를 받고 논문의 전문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OA 학술지는 구독료를 대신하여 저자들이 게재료를 지불하고 저작권의 자발적 공유 약관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라이센스를 바탕으로 논문의 전문을 이용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R&D) 사업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된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다. 따라서 논문과 같은 성과물은 당연히 이용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방형 과학기술 정책이 큰 호응을 받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OA 학술지가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학술지 시장은 2015년에 약 10조원 규모로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  Elsevier, Springer, Willey와 같은 빅3 글로벌 출판 대기업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이용자들은 논문의 구입료와 구독료가 이들 출판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최근에는 학술지의 컨설팅과 인용색인 등록을 위한 학술지 위탁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비중을 점차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추세이다.

OA 학술지는 이러한 틈새를 비집고 적은 비용을 투자하여 시설 구축이 가능하며 생산 단가는 저렴하지만 학술지가 등록된 인용색인(Index DB)의 등급과 질적인 수준에 상응하는 게재료 책정이 가능하기에 고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의 산업이다. OA 학술지는 브라질, 인도, 이집트, 루마니아 등과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 OA 학술지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소출판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연간 기업의 성장과 매출은 30%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구독료를 고수하고 있는 글로벌 출판 대기업의 매출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OA 학술지 논문은 2000년도에는 전 세계에 출판되는 논문에 약 0.6%의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2010년도에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5년도에는 20%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하였다.

2015년 국내 학술지 시장은 총 2000억 원규모로 형성됐지만 이중에 1850억원은 해외업체로부터 논문의 구입과 구독으로 사용되며 나머지 150억원 정도만이 국내의 출판업체와 학회로 소비된다. 해외 유명 출판사로부터 논문집 구독에 매년 막대한 규모의 외화가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학술지 관련 최대의 민간기업은 (주)누리미디어로 DBpia라는 학술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논문과 레포트와 같은 학술정보를 이용자들에게 구독료를 받고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주)누리미디어는 수익금 일부를 학술정보를 제공한 학회나 단체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7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학술지 시장이 대부분 학회를 중심으로 영세한 규모로 형성되어 있고 다양한 분야에 OA 학술지를 전문적으로 보유한 출판사와 학회는 현재까지 전무한 실정이다. 전체 국내 학회 중 90% 정도가 1개의 학술지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국문 학술지여서 이용자수는 주로 학회 회원들에 국한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국문 학술지는 대부분 국내에서만 활용되기 때문에 인지도 및 활용도가 매우 낮아 인용지수(Impact Factor, IF)가 다른 국제 OA 학술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자체 논문의 인용을 권유할 뿐, 타 국제 저널의 인용된 사례가 적고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CrossRef에서 발행하는 DOI(Digital Object Identifier)의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대부분의 국내 학술지는 웹페이지에서 인용 여부의 확인도 불가능하다. 반면에 국제 유명 OA 학술지는 인용수 조회를 포함하여 동료평가를 (Peer Review) 위한 대량의 전문가 인력풀을 고도화된 온라인 투고 시스템 내에서 구비하고 있으며 전문화된 편집, 마케팅 및 유통망까지 온라인상에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율이 4.15%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투자규모는 542억 달러로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 성과물의 척도인 SCI 인용색인 논문 수는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8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학술지중 단 92종이 SCI급 인용색인에 등록되어 있어서 1.1%의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다. Scopus 인용색인의 경우에는 244종의 학술지가 등록되어 전체의 0.7%만이 등재되어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내 학술지가 국제기준의 질적인 평가에서 매우 저평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학술 논문의 질적 성장을 포함하여 논문의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온라인 개방형 시스템을 도입한 OA 학술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학계와 연구소에서 게재료를 지불하고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다소 비관적인 관점에서 논문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따라서 연구과제에서 지원을 받아 게재료를 납부하는 대부분 연구자들에게 얻어진 수익에 대하여 출판사는 엄격한 질적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논문의 수준을 높이고 인용수 조회 시스템을 도입하여 온라인을 통한 학술지의 적절한 홍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대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구독료 모델에서 게재료를 받는 온라인 개방형 OA 학술지로 전환되는 전 세계적인 유행에 발맞추어 한국형 OA 학술지 모델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허종완 교수 인천대학교 인천방재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