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평가 심의결과 난색 … "버스정류장 개선 충분"
비용 300억 소요 … 市 "거부땐 상응할 대책 내놔야"

인천터미널 부지에 복합시설을 개발하려는 롯데쇼핑이 교통정체를 줄이기 위해 도로를 개설해야 한다는 인천시 교통영향평가 심의 결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업 부지 바깥에 도로를 내기가 부담스럽고, 버스 정류장 개선 등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주변 교통량이 2배 이상 늘어나 '교통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통 대기업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천터미널 남쪽 매소홀로와 선학경기장을 잇는 800m 도로 개설에 대해 "공사 난이도와 비용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2주 안에 답변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어 '인천터미널 부지 복합시설 개발' 안건을 조건부 의결했다. 롯데쇼핑이 신규 도로를 개설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가결시킨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심의위 전에 진행된 소위원회에서 신규 도로 요구에 '수용 불가' 의사를 강력하게 전했는데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쇼핑은 이번 심의위에서 교통 개선 대책으로 터미널 주변 일부 차로 확장, 버스 정류장 분산, 버스 중앙차로 설치 정도만을 내놨다.

하지만 도로가 새로 뚫리지 않으면 '교통대란'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터미널 주변은 지금도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교통영향평가 분석 자료를 보면 이번 사업으로 유발되는 교통량은 평일 하루에만 4만8900여 대에 이른다. 현재 1만9800여 대의 2배가 넘는다.

특히 터미널과 구월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사이 전재울사거리 교통 체증은 극심해질 전망이다. 남동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차량들이 지나는 이 길에 복합시설로 교통량이 더 늘어나면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심의위는 지하차도나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비용 대비 효과가 적을 것으로 보고 도로 개설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쇼핑이 도로 개설을 껄끄러워하는 건 돈 때문이다. 이 도로를 내려면 토지보상비 등을 포함해 300억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미널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7층 규모로 백화점·업무시설 등 복합시설을 지으려는 롯데쇼핑은 총 사업비로 약 3000억 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 기간만 3년 가까이 걸리는데 지난해 초 착공하려던 계획이 이미 늦어져 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롯데쇼핑 측이 언제까지 답변해야 한다는 법정기한은 없지만,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도로 개설에 상응할 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