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사무관 승진을 위해 고액 과외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얼핏 들어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일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부터 사무관 승진시험을 시험과 심사를 병행하던 방식에서 업무역량평가제로 바꿨다 한다. 지연, 학연, 줄타기 등 각종 폐해와 시험 준비에 따른 업무공백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또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승진자를 능력중심으로 발탁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고 한다. 취지로만 보자면 참 잘한 일이다. 시험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때와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지 공무원 생활 십 수 년씩 한 분들에게 시험만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참, 이 꼴이 마치 어떤 조치나 처방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대한민국 교육을 닮았다. 공무원들의 대응이 예상치도 못한 고액과외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이들이나 하는 게 고액과외인줄로만 알았더니 한 강좌 당 140여만원에 이르는 학원에 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역량평가를 준비시켜주는 학원이 있다는 사실도 의아하다. 교육청이 시행하겠다는 역량평가 내용은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규명,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 평가와 중간관리자로서의 역량 및 자질을 평가하는 면접평가, 같이 근무한 직원의 현장평가로 이뤄진다. 설사 보고서 작성법 정도는 가르칠 수 있다고 치자. 중간관리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학원에서 배워야 알 수 있는 정도라면, 또 그런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들을 진급시켜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함부로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 얼마나 급하면 금쪽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학원에 매달리려 하는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과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염려하고 고민해야 할 사람들이 막상 자기가 치러야할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 매달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이런 분들이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학교 평가도 하고, 학원도 단속한다는 사실, 예삿일이 아니다. 미래의 교육현장에 접목할 지식과 능력이 어떻게 고액과외 학원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