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어무이 똥재이."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우스웠다. 그래서 웃었다. 그러자 눈물이 볼을 타고 굴러 내렸다.

"어무이 똥박사∼" 소리를 높여 말하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알아들었나 보다. 어머니의 굳어 있던 얼굴이 풀렸다. 어머니도 내 웃음에 감염됐는지 따라 웃었다.

"어무이 똥대장∼" 다시 소리쳤다. 우리는 서로 똥 묻은 상대를 손가락질해가며 마구 웃었다. 불을 환히 밝히고 보니 여기저기 발린 똥덩이들이 몇 년 잘 묵은 된장 같았다. -전희식.김정임 에세이 '똥꽃'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방이며, 마루며, 이불이며 옷에다 똥칠해놓고, 겁먹은 얼굴로 아들을 쳐다본다. 버려질까봐 겁먹은 얼굴로. 아들은 엄마를 안고 운다. 똥재이, 똥박사, 똥대장하며 가슴으로 운다. 그러니까 똥꽃은 치매 어머니가 집안 여기저기 묻혀놓은 똥자국이다. 그렇게 치매에 걸렸던 어머니가 차츰 회복을 한다. "요즘 나 밥값하제?" 큰 소리 칠만큼 일도 하고 건강도 회복했다. 필자의 지극한 정성 덕분이다. 그 지극정성은 필자가 인간과 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자식 중 막내아들인 필자가 시골로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존엄이었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치매노인의 품위와 존엄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좀 가만히 있으라"든가 "이제 그만해요"식의 자식들이 늙으신 부모에게 흔히 하는 말은 자기 존재성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버린 노인한테 "똥 누는 사람 주저앉히는 것"이라고 했다.

백세 시대다. 백세라는 말 앞에 겁이 덜컥 난다. 준비 없이, 노후보장 없이 맞이해야 하는 백세는 얼마나 끔찍한가. 게다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개인을 넘어 가족 모두의 고통이 된다. "그 많은 자식 키우면서 어머니가 똥오줌 묻은 옷이나 걸레를 빠신 햇수 만큼은 다 못하더라도 어머니 살아계실 때 내 건강한 시절 몇 년을 바치리라" 다짐할 수 있을까.

카네이션이 올해는 더욱 붉다. 가없는 어버이 사랑에. 가 닿을 수 있을까. 나이 듦을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자식이면서 부모인 자리를 생각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