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외교는 리얼리티쇼 아니다"·BBC "'무엇'만 가득 '어떻게' 부족"
폭스뉴스 "'한반도 핵무장 허용' 등 언급 안한 것에 주목"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되는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정책 발표를 놓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앞뒤가 맞지 않고 현실성이나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상한 세계관'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신이 경험이 부동산 거래에만 한정돼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임대 거래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 발언을 듣다보면 마치 그가 출연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같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미국의 보호와 교역, 우정의 대가로 더 많은 돈과 군대,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트럼프는 박차고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이러한 일방적인 접근이 TV 쇼로는 좋을지 몰라도 이곳은 각국이 저마다의 의제가 있는 현실 세계"라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가 무슬림의 입국을 임시로 금지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무슬림의 협력을 얻어낼 것인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상향한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가 미군 축소와 핵무기의 퇴보를 비판하면서도 군을 어떻게 강화할지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근거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점도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는 자신이 협상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의 협상방식은 외교 정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거나 그로부터 학습할 뜻이 없어 보인다. 자유세계를 이끌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일간 USA투데이도 사설에서 "트럼프의 세계관에서는 그가 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된다"며 트럼프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IS는 아주 신속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USA투데이는 "TV에서는 그럴지도 몰라도 현실에서는 아니다"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MSNBC도 "트럼프의 외교정책 연설은 엉망진창(mess)이었다"며 "질문에 답을 하기보다는 더 많은 질문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의 연설 이후 기자들에게 "구호와 모순의 연속이었다"며 "트럼프는 동맹국의 신뢰를 회복하자고 하면서 동맹국을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MSNBC는 전했다.

영국 BBC방송의 북미 담당 편집인인 존 소펠은 "트럼프의 비전은 명확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현실화할지는 그리 명확하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는 '무엇'(what)만 가득하고 '어떻게'(how)는 몹시 부족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2차 세계대전 직전 미국 민족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1940년 결성된 미국우선위원회(America First Committee)는 미국의 2차 대전 참전에 반대하는 압력단체였는데, 반유대주의와 연관돼 있고 독일을 지지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월간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는 트위터에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나치 격퇴를 원치 않았다는 사실은 트럼프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트럼프가 발표한 내용보다 발표하지 않은 내용에 더 주목하는 언론들도 있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과 일본의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과거 발언이나 '멕시코 장벽' '나토 탈퇴' '이란 핵 합의 파기' 등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MSNBC는 테러 용의자 물고문 부활이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 등을 되풀이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