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급식 노동자 증언대회
"열악한 조건에 극심한 고통"

인천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음식 조리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얼마 전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대청소 때 넘어져 갈비뼈 4대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천장에 설치된 후드를 닦아야 하는데, 마땅한 받침대가 없어 국통을 밟고 올라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하필 넘어지는 자리에 수도꼭지가 있어 부상이 컸다.

A씨는 사고 후 곧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아 힘든 상황에서 '나 하나' 빠지며 생긴 공백을 다른 동료들에게 부담 지울 순 없었다.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 B씨는 최근 경관절석회힘줄염, 회전근파열 진단을 받고 지난 3월 수술했다.

급식소에서 11년 넘게 일하면서 어깨 결림은 달고 살았다. 참고 지내다가 어깨가 움직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러 찾아간 병원이었다. B씨는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 함께 일하던 동료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인천지역 학교 급식 노동자가 계속된 인력 감축과 늘어나는 작업강도 때문에 각종 질병과 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전국교육공무직 인천지부는 27일 인천시 교육청 앞에서 '인천 급식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현재 인천 급식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28일 '산재 추방의 날'을 맞아 마련된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철홍 인천대 교수는 "인천 학교 조리원에서 일하는 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비중이 96.7%에 이르는 등 전체 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피로도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집약적인 조리업무의 특성이 주요 원인이지만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아 조기 치료와 작업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온, 다습, 소음에 노출된 노동 환경이다 보니 질병과 사고가 잦지만 산재처리 되는 경우는 2.1%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최미숙 급식조리분과장은 "다치거나 질병을 앓아도 대체 인력이 없어 더 큰 사고와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거기다 더해 올해 시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배식원들의 근로시간을 감축시키면서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받는 돈은 5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