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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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0위. 한국 축구대표팀의 FIFA랭킹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얼마전 한국의 2016년도 언론자유지수가 180개 조사대상국가 중 70위라고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 2014년 57위에서 작년 60위로 떨어졌고,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2년 이후 역대 최고 랭킹은 노무현 대통령 재직때인 지난 2006년 31위다.

반대로 가장 낮은 랭킹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2009년 69위 였다. 이번에 부끄러운 불명예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맘껏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줄 알았던 우리 국민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일게 뻔하다. 이렇게 되기 까지는 지나친 자기검열에 익숙한 언론의 내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위협받는 언론의 자율성도 문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박근혜 정부와 언론은 매우 긴장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이미 양극화 된 미디어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명예훼손죄도 한국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게 세계인들이 보는 우리의 언론 현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46개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여러 문제에 대해서 소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여당의 4·13 총선 참패 이후 정치권 안팎의 요구를 받아 들여 '대화와 소통을 중시하는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그런데 청와대는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신문·방송사는 행사 초대 대상에서 쏙 빼버렸다. 중앙·지방 구분 없이 청와대로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던 과거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아쉬움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언론자유지수 최하위권은 예상 대로 정보의 암흑지대 중국(176위)과 북한(179위)이다. 아프리카 북동부지역 소국인 에리트레아는 180위로 맨 꼴찌다. 관심이 가는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우리 보다 낮은 72위다. 특정기밀보호법 시행으로 언론 독립성이 최근들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때 최상위권(2010년·11위) 이었지만, 이후 우리보다 낮은 순위로 급 추락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