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차단 인터넷 사이트
불특정 다수 사생활 침해등
警·방통위 예방책 수수방관
보안 등 요청 지자체 극소수
 警 "비번 변경해야 피해예방"


인권침해 논란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단시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경기도내 공공기관, 유치원, 학교 등에 설치돼 있는 CCTV가 여전히 해외에서 실시간 중계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예방대책에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불상의 피의자는 2014년 11월쯤부터 전 세계에 분포돼있는 공공기관 및 개인 등이 운영하는 웹캠에 접속·침입해 인세켐(insecam.org) 사이트를 통해 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러시아에 서버를 둔 해당 사이트는 수년 간 120여 국가에 CCTV들을 중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국 600여개 CCTV가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개인이 가정, 업소 등에 설치한 CCTV 화면들이 중계됐고, 이 가운데 공공기관이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 기관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한 불특정 다수에게 사생활이 아무렇지 않게 노출된 셈이다.

인세켐에 노출된 각종 기관이나 개인 등이 CCTV 설치 당시 설정된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예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올해 초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불법·유해정보 사이트'로 지정해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등 수습에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차단 외에 별다른 예방 대책을 내놓지 않아 CCTV화면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또 프록시 서버 변경 등 여러 수법으로 접속 차단된 사이트와 접속하는 '사이트 우회접속'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4년 당시 600여개의 CCTV에서 올해 고작 100개가 줄어 500여개는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경찰과 방통위가 개인들에게는 예방책을 알릴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놨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찰이 일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통해 CCTV 기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당부한 것이 전부였다.

이 가운데 통보를 받은 일부 기관들도 보안강화를 실시하지 않거나 개인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세켐 접속자들은 경기지역 방범·교통카메라를 비롯해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사생활을 훔쳐보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개인에게 보안관리를 요구·통보한 지자체는 수원·광주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달 초 수원시 아동센터 사이트에서 피해 관련 내용을 본 한 어린이집 원장은 "경찰이나 방통위가 개인들에게 알리거나 지자체들에게 개인으로 알릴 것을 의무화하지 않는 바람에 아이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 같은 주요 시설들에 대해 관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과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실시간 중계되는 CCTV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개인들에게 알릴 방법은 없다"며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두거나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은 CCTV가 표적이다. 비밀번호 변경 등 간단한 조치로 피해예방을 할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