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3선 … "당 쇄신·지역현안 과제 산더미"
▲ 인천 서구갑 새누리당 이학재 당선인은 26일 인천일보 접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새누리당은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꿔야 한다"며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훈 인턴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총선, 여·야 모두 패배 … 환골탈태를" 당·정·청 관계 회복·상생 국정 강조
당선 직후 '유권자 쓴소리' 경청 행보… 7호선 청라 연장·시청 이전 등 주력


이런저런 해석에도 불구, 여전히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인천 서구갑 새누리당 이학재 당선인.

얼굴이 밝지 않다. 이 당선인을 만난 건 26일 오전 8시50분 인천일보 접견실. 그는 약속시각보다 한 시간쯤 일찍 도착해 인터뷰가 시작될 때까지 자신의 밴 차량 안에서 촘촘히 짜여진 하루 일정을 점검하며 시간을 때웠다고 한다.

당선의 기쁨보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다는 그다.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고민은 무엇일까. 그는 해결책을 찾기나 한 걸까.

영광의 3선, 무거운 책임감

"개인적으로 지역(인천 서구갑 선거구)에서 뛰어난 후보들과 경쟁을 벌여 거둔 승리이기에 큰 영광이지만 전체 총선판에선 (새누리당이)참패했기에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당선의 기쁨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지?'라는 막막함과 불안감이 엄습하더군요." 민선 인천 서구청장 재선에 이어 국회 3선 의원. 어엿한 중진으로 도약했으니 이제 폼(?) 잡을만도 하건만, 이 당선인의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당선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열흘 넘도록 전철역과 전통시장, 음식점, 동네상가 등지를 다시 돌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당선사례라기보다는 또 한번 선거운동을 한다는 심정으로 구석구석을 누비며 주민들의 쓴소리를 경청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그와 세 번째 리턴매치를 벌이게 된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후보와의 경쟁이 막상막하 초접전으로 펼쳐지리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 당선인의 우세였다. 이 당선인 지지표는 5만2595표(득표율 44.45%). 더민주 김 후보 득표수는 4만5233표(득표율 38.23%). 6.22%포인트 차이였다.

지난 18대 총선 때 이 당선인의 득표율은 53.77%로, 33.49%를 얻은 김 후보를 20.28%포인트 큰 차이로 물리쳤다. 19대 총선 땐 52.65%를 얻어 47.34%를 득표한 김 후보를 5.34%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공천 파동에 따른 국민 불신과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가면서 민심이 새누리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선거 막판 확연히 느껴지더군요. 정치인의 육감이랄까, 직감이랄까…. 전철역에서 출근길 나홀로 유세를 벌이는데 싸늘한 주민들의 표정을 마주하면서 '아! 참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고 한다. 목에 피킷을 걸고 다니며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명함을 건네는 중에도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단련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참패 … 여야 모두의 패배

이 당선인은 새누리당의 참패로 귀결된 총선 직후인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같은 당 오신환 황영철 김세연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2당 신세로 전락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원유철 원내대표가 아닌 새로운 원내대표에 의한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같은 친박계 원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 출범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이다. 8인으로 구성된 새누리 혁신모임도 주도적으로 출범시켰다. 새누리당 쇄신 요구의 중심에 선 그다.

"국민들이 보여준 민심은 이제 모든 것을 확 바꾸라는 최후통첩이었다고 봅니다. 국민 마음을 얻지 못하고 실망을 끼친 새누리당부터 철저히 과거의 잘못된 행태와 단절하고 거듭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겁니다. 국민들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게도 반드시 변화하라는 뼈아픈 경고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혁신하고 달라져 우리 한국정치가 완전히 환골탈태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4·13 총선은, 오만에 빠진 여야 정치권 모두의 패배였다고 받아들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민생 외면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회초리를 맞은 계기가 바로 지난 총선이었다는 인식이다. 대표적 친박계 의원이자 박근혜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서 그는 무한책임감을 갖는다고도 말했다. 원활한 국회 운영과 정국 안정을 위해선 당·정·청 관계를 회복하고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강화함으로써 상생의 국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게 그의 해법이다.

"계파 갈등 종식에 앞장설 겁니다. 그 가장 선두에서 국민만을 바라보며 더욱 낮은 자세로 일해 나갈 참입니다."

난마처럼 얽힌 인천 현안…실천으로 풀겠다

인천 서구갑 선거구는 가좌 석남 가정 신현원창동 등으로 이뤄진 원도심과 청라국제도시 신도심을 품고 있다. 굵직한 지역현안이 한데 뭉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지부진한 가정오거리 루원시티사업,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를 잇는 제 3연륙교 건설, 사업자 선정이 표류 중인 청라시티타워 건설 등이 바로 그것.

이 당선인은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문제의 경우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타당성 분석 중인데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우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라시티타워 조성 역시 사업자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는 서구 원도심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인천시와 긴밀히 협력해 진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는 루원시티에 인천시청사를 옮겨오는 방안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는 "구월동 현 시청사는 전국 시·도청사 가운데 가장 낡고 비좁은 청사다. 시청사 이전시 현 청사를 잘 활용해 구월동 일대 상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강구하고, 인천의 지리적 중간지점이자 사통팔달 요충지인 서북부권 개발의 원동력이 될 루원시티에 신축청사를 지어 이전한다면 인천 전체의 균형발전에 큰 보탬에 되리라 확신한다. 서구 주민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결코 아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갈등을 극복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얽히고설킨 인천의 개발사업들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제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배정을 희망하고 있다. 이 당선인이 품은 지금 계획은 4년 후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 이학재 당선인은 친박계 실세 … 중진 반열

인천 서구갑 새누리당 이학재 당선인은 1964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검단초교, 검단중, 부평고, 서울대를 졸업했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8살이던 2002년 민선 3기 인천 서구청장에 당선됐다. 전국 최연소 구청장이었다. 4년 뒤 인천지역 단체장 가운데 최다 득표율(63.1%)로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구·강화군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당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도 두루 거쳤다. 2012년 재선 이후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며 여권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만 반 세기를 보내고 15년간 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뚝심을 보여온 이 당선인은 20대 총선에서 '한다면 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3선으로 중진 반열에 오른 그는 새로운 인천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대담 윤관옥 정치부장·정리 이순민 기자 oky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