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축 원룸·빌라 돌며
건물주 설정 비밀번호 악용
들키면 "도어록 고치러 왔다"

안양만안경찰서는 자신이 설치한 출입문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빈집의 물건을 훔쳐온 혐의(상습절도)로 김모(40)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도어록을 마스터 비밀번호를 눌러 침입하는 수법으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신축 원룸이나 빌라 등에 9차례에 걸쳐 귀금속 등 1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달 28일 낮 12시 안양의 한 빌라 현관문 열고 침입했다가 집안에서 샤워중이던 A(20)씨에게 걸렸다.

김씨는 디지털 도어록이 고장 났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고 둘러댔으나 A씨가 전화로 확인하자 재빠르게 도망갔고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김씨를 붙잡았다.

도어록 설치업에 일해왔던 김씨는 신축 건물 공사 중 도어록에 설정해 둔 마스터 비밀번호를 적어 둔 뒤 범행에 이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대부분 단일 비밀번호를 쓰는 아파트와 달리 원룸이나 다세대 빌라 경우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건물 주인이 비밀번호 여러 개를 설정한다는 점을 노렸다.

마스터 도어록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한대 당 많게는 10여개의 각기 다른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사 관계자들은 각 방에 보관된 건축 자재를 자유자재로 꺼내려고 도어록마다 1~2개 마스터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김씨는 이를 악용했다.

하지만, A씨처럼 대부분 세입자는 비밀번호 여러 개를 설정할 수 있는 도어록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도어록 초기화만 잘해도 이전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삭제할 수 있다"면서 "많은 세입자가 건물 주인이 마스터 비밀번호를 설정해 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용 사례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송경식 기자 kssong02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