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이 힘들땐 바람에 맡겨봐

모두가 움츠렸던 계절이 가고 따뜻한 봄이 인천에 내려앉았다. 자전거 '라이더'라면 긴 겨울을 견디며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이제 창고에서 잠자던 자전거를 들고 산으로, 들로, 거리로 뛰쳐나올 때가 된 것이다. 따뜻한 계절에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천의 대표적인 자전거길을 찾아봤다.

아라자전거길

경인아라뱃길 자전거길은 동호인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만한 곳이다. 자전거 초보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에서부터 국토종주에 도전하는 중·상급자와 젊은이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계양역과도 맞닿아있어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에 이르는 국토종주자전거길의 시작점이 바로 아라자전거길 서측 정서진이기도 하다.

아라자전거길은 서해갑문과 정서진을 시작으로 아라한강갑문까지 21㎞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전 구간에 걸쳐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길이 잘 닦여있고 경사가 거의 없어 자전거 타기에 편한 초심자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중간에 자전거 대여소, 수리점, 화장실, 쉼터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자전거길은 계속 이어져있기 때문에 여의도에서 출발해 계양역까지 간다던가, 굴포천 자전거길로 방향을 트는 것도 가능하다.

덕적도 자전거길

덕적도 자전거길은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명품 자전거길 중 한 곳이다. 그만큼 풍광이 아름답고 볼거리와 관광지와의 연계성이 좋다. 길 주변으로는 서포리 해수욕장, 자갈마당, 비조봉 등을 찾아갈 수 있다.
일반 도로를 제외한 자전거길의 전체 길이는 19㎞. 섬 전체를 한 바퀴 돌려면 31.5㎞를 달려야 한다. 자전거길은 얼핏 짧아 보이지만 평지보다 산지가 많은 지형이라 비탈길이 상당한 편이다. 어느 정도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일반인 코스 12㎞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동측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다 만날 수 있는 서포리해수욕장은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섬 북측의 중급자코스 7㎞는 고개가 매우 가파른 편이다. 섬 북동쪽 도우선착장~이개해변 MTB코스 3.2㎞ 구간도 비포장도로인 만큼 장비와 경험을 갖춘 중급자 이상이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도·시도·모도 자전거길

영종도 북측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자전거 마니아에게는 이미 너무도 유명한 초·중급코스이다. 고갯길과 내리막길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고, 붐비지 않아 많은 자전거 이용객들이 추천하는 지역이다. 전용 자전거길은 없지만, 차가 많지 않아 도로 주행의 기본을 익힌다는 생각으로 달리면 된다.

신도에서 시도, 모도까지 3개의 섬을 구석구석 모두 돌면 21㎞ 정도의 거리다. 보통 신도선착장에 도착하면 구봉산을 끼고 동쪽 반시계방향으로 섬을 돈 뒤, 시도 북측 수기해수욕장에 들렀다가 모도로 넘어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코스를 빨리 완주하기보다 여유를 즐기기에는 이만한 구간이 없다.
섬을 이어주는 연도교 주변이나 배미꾸미 조각공원, 수기해수욕장에서는 자전거를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오르막길과 긴 거리를 주행하기 부담스러운 초보자는 무리하지 말고 모도 배미꾸미 해변까지 직진했다가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래포구-인천대공원길

소래포구역-소래습지생태공원-장수천-인천대공원 구간은 단연 남동구 지역 최고의 자전거길이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 편도 15㎞에 걸쳐 펼쳐진다. 속도를 내며 달리기보다 풍경을 즐길 줄 아는 이에게 추천할만한 코스다.

먼저 자전거에 올라 소래포구에서 어시장을 둘러본 뒤,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흙길을 즐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갈대밭, 염전, 소금창고, 습지 등 볼거리가 많고 한적한 지역이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원을 둘러본 뒤 소래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서창JC 부근까지 무난하게 올라올 수 있다. 여기부터는 소래로 옆 인도에 마련된 자전거길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장수천을 따라 남동체육관을 거쳐 자전거전용도로로 다시 합류하는 길이 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다보니 많은 사랑을 받는 구간이다.

송도·청라 경제자유구역

송도와 청라는 인천에서 자전거길이 가장 잘 갖춰진 지역이다. 모든 주요 도로에는 자전거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학생 등·하교, 직장인 출·퇴근 등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송도에서는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원과 잭니클라우스 골프장과 인천대학교 주변 도로가 자전거 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센트럴파크는 가족단위로 자전거를 즐기기에 좋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반면 잭니클라우스 주변 도로는 공공도로에서 속도감 있는 라이딩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MTB코스를 갖췄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송도 1교나 2교를 건너 북측수로에 맞닿은 곳에 마련돼 있다. 물론 동호인들이 주로 찾는 영종도 백운산이나 문학산 보다는 스릴은 덜하다. 그래도 등산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청라는 주로 호수공원 주변으로 여유롭게 라이딩을 즐기기 좋다. 평일에는 호수를 끼고 갈대밭 사이를 호젓하게 달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반면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너무 속도를 내선 안 된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