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직장인 37% 투표일 근무
참정권 보장 안해 유권자 피해

지역 '사전투표율' 10.8% 기록
전국 꼴찌 투표율 반전 불투명


"다들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했지? 수요일엔 출근하자." 인천 남동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A(35)씨에게 회사 측은 선거일인 13일 출근 소식을 알렸다. 총선 이틀 전에 내려진 통보였다.

지난 9일 이미 끝난 사전투표를 놓고 회사 측이 "투표할 사람은 이미 했을 테니 출근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히자, A씨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A씨가 부서 상급자에게 "회사가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토요일에 노는데 사전투표도 안 하고 뭐했냐. 그렇게 놀고 또 놀고 싶어서 그래?"라는 핀잔이었다.

전국 단위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도입되는 사전투표가 일부 사업장에선 투표일 출근의 명분으로 이용되고 있다.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도지만, 납기일이 목숨과 같은 중소기업들은 주말에 일찍 투표하고 평일인 선거일엔 일해야 한다고 노동자들을 보채고 있다. 사전투표가 산업 현장에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천은 선거당일 어느 지역보다도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서야할 지역이다.

4·13총선 인천지역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에 밑도는 10.8%를 기록했다.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투표율이 높은 전남(18.9%)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정도다.

이처럼 전국 꼴지 수준의 사전투표율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기업에서 나서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산업계 분위기는 이와는 다르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조사만 봐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10명 중 4명 꼴인 37%가 투표일인 13일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근무하는 건설업 등은 선거 당일 잠시 시간을 내 투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건설 노동자는 "토목·건축 현장에서 대부분 아침 7시쯤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6시쯤 마무리를 하기 때문에 투표시간과 거의 겹친다"며 "조기 완공이 곧 돈인 업계에선 선거날 쉬는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2016년 총선 참정권 보장 단체협약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충남·광주·전남·부산·울산·경남지부 등은 단협을 통해 노동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4시간을 보장받는 반면 인천·대전 등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