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폐합정책따라 '업무 종료'
주민들, 아쉬움·불만 '폐쇄 반대 서명 운동'
▲ 오는 18일부터 폐쇄되는 동인천우체국. /사진 제공=독자

인천 동구 원도심 어르신들의 우편·금융 업무와 함께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동인천우체국이 역사 속에 사라진다.

옛 고향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주말마다 동인천우체국을 찾던 사람들도 추억을 회고할 장소가 없어지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동인천우체국은 오는 18일부터 업무를 종료한다고 12일 밝혔다.

폐쇄 이유는 작은 정부 구현이라는 정부 시책과 연계한 우체국 창구망 합리화 이른바 통·폐합 정책에 따른 것이다.

1926년 11월1일 개국한 동인천우체국은 올해로 90살이 됐다.

90년의 세월 동안 동인천우체국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추억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어떤 주민은 저금을 하기 위해 우체국을 찾는가 하면 또 다른 주민은 세금 납부, 소포 등 다양한 업무 처리를 위해 우체국에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랑방과 같은 장소가 됐다. 소소한 생활 풍경이 우체국에서 계속된 것이다.

때론 눈이 어두운 노인을 위해 우체국 직원이나 이웃들이 함께 업무를 도와줄 만큼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주민들은 배다리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종합복지서비스 기관인 동인천우체국에는 배다리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 갑자기 동인천우체국을 폐쇄한다는 공지문을 받은 주민들은 아쉬움과 함께 불만을 드러냈다.

배다리 주민인 곽현숙(66)씨는 "주말만 되면 배다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와 함께 우체국을 찾아가기도 한다"며 "동구가 갖고 있는 역사성이 있는데 숫자논리를 적용해 폐쇄시킨다는 것은 원도심이 갖고 있는 힘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인천우체국이 문을 닫게 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우편·금융 업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버스정거장 3개 정도를 지나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용 주민 70%는 어르신들이여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동인천우체국 폐쇄 반대 범 구민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금곡·창영·송림동 등 주민 800여명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인천우체국 관계자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업무량이 줄다보니 일부 지역에서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근 우체국이 700~800m 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