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 이달 12건 작성 '분량 미달·내용 부실 등 문제'
대필·누락 등 '결과물 엉터리'… 해외연수비용은 오히려 증액
▲ 최근 공개된 '인천시의회 대표단 호치민시 방문 결과보고서'(위)와 지난 2014년 8월 '기타큐슈시의회 방문 결과보고서'(아래). 10쪽 안팎의 공무국외여행보고서가 방문 일정과 사진, 관계자 프로필 등으로 채워져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베트남과 인천의 우호협력 필요성 확인,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남 성사'. 지난달 18~23일 베트남 호치민시를 다녀온 인천시의회 대표단이 내세운 방문 성과다.

J의원과 P의원은 4박6일 간 대학 탐방, 문화 체험, 마을 견학 등의 일정을 보냈다. 최근 공개된 7쪽짜리 결과보고서(표지 포함)에 방문 성과는 4줄만 담겼다. 나머지는 일정과 사진들로 채워졌다.

H의원은 지난해 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중국계 국제학교를 유치한다며 1박2일로 중국 칭다오를 찾았다. 또 다른 P의원은 지난 2014년 11월 선진 의정을 견학한다는 취지로 중국 상하이를 나흘간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일년이 지나도록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 결과보고서가 '면피용'으로 쓰이고 있다. 절반 이상은 규정에서 정한 분량을 채우지 않았고, 방문국 현황과 일정으로 꿰맞춘 보고서가 대다수였다.

11일 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7대 시의회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2014년 8월부터 이달까지 작성된 보고서 12개 가운데 7개가 20쪽 미만이었다. '인천시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정'에서 정한 보고서 분량은 '20쪽 이상'이다.

양보다 질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국외여행에서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을 의정 분야에 활용'한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7대 의회 개원 이후 첫 국외여행이었던 지난 2014년 8월 '일본 기타큐슈시의회 방문 결과보고'는 방문 개요와 일정, 기타큐슈시 관계자 프로필로만 총 13쪽이 채워졌다. 주요 성과는 '협력 기반 강화',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 4줄만 담겼다.

그나마 작성된 보고서들도 '대필'로 쓰여졌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의원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는 원칙은 무시되고 있다.

시의회 한 직원은 "의원과 동행한 실무진이 보고서를 챙긴다고 보면 된다. 의원은 검토하는 선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외여행을 다녀오고도 보고서를 건너뛴 경우도 있었다. 7대 의회에서 공무국외여행은 총 15차례가 있었지만 이 가운데 3번은 보고서가 누락됐다. '귀국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국외여행의 유일한 결과물인 보고서 관리가 엉망인데도 예산은 오히려 증액됐다. 올해 의원 1인당 배정된 해외연수 비용은 25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만원 올랐다. 시의원 35명을 합하면 8750만원에 이른다.

시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은 다른 광역시·도보다 시의원 해외연수 비용이 낮게 책정돼 있었다"며 "정부가 정한 예산 편성 기준에는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