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처방 등 대다수 '귀가 조치'…허술한 방역체계 드러나
보건당국 "시설부족 탓 임산부 한정"…선제적 대응 발표 무색

보건당국이 소두증 신생아 출산 가능성이 제기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Zika virus disease) 의심환자에 대해 검사기관 부족 등의 이유로 임산부 이외에는 검사를 외면하는 등 허술한 방역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질병관리본부는 2월 초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WHO(세계보건기구)가 '국제 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자 국내도 경보수준을 '관심'단계로 격상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남미 및 동남아 지역 등지에서 감염돼 국내 입국 후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카바이러스 대비책으로 남성으로 분류되는 일반국민과 임신부, 의료기관 등 대상을 세분화한 행동수칙을 마련·안내하고, 특히 발생국 대상 출·입국자에게 예방홍보 및 검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의심환자 대다수를 검사도 없이 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은 국립보건연구원 뿐이다. 이 때문에 임산부를 제외하고 의심환자들을 전부 검사 할 수 없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질병관리본부 '109 핫라인'에 접수된 지카바이러스 의심신고건수는 무려 714건이다. 이들중 검사를 받은 것은 28건에 불과하다.

지카바이러스는 수혈이나 성 접촉을 통해 2차 감염 될 수 있으나 의심환자들은 전혀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감염초기 발진, 고열, 근육통, 두통, 설사, 기침 등 독감 증상과 유사해 일반 병의원들도 일반 독감이나 감기로 처방하고 있다.

실제 최근 태국여행을 다녀온 경기도 지역 27세 남성 2명이 의심증상을 보여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근처 병원에 가서 감기약 처방을 받으면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해당 남성은 "분명 전염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간단한 사항 안내도 없이 임산부가 아니면 감기약이나 먹으라고 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2차 감염을 방지한다며 '귀국 후 1달간 헌혈금지', '남성의 경우 피임기구 사용' 등의 당부내용을 입·출국자에게 SMS전송 등을 통해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제대도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시의 한 임산부 정모(29·여)씨는 "감염을 막기위해서는 임산부뿐 아니라 남성에 대해서도 확실히 검사를 실시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방역당국의 지카바이러스 대응을 보니 메르스 사태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검사요구는 빗발치는데 기관이 없다보니 감염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임산부로 한정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라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성관계, 수혈로 전염 사례가 있다는 학계 등의 보고가 있는 만큼 의심환자들에게 예방지침을 더 많이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