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까마득한 공무원 시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취업이나 진학을 앞둔 3학년이 아니라 1학년이다. 나라의 미래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대학생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업을 앞둔 고3생들의 경우도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해서 이상스러울 건 없다. 그러나 고1때부터 시험 준비에 나서야 하는 현실은 못내 서글프다.

젊은이들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다른 꿈과 이상을 펼쳐가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다. 최소한 각자 생김과 개성대로 살아갈 수 있는 여유와 권리마저 빼앗겨 버린 오늘 청년들의 삶은 메마를 대로 메말랐다.

이런 현실이 고1년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가 과연 어느 때 어느 범위까지 확산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그러나 쉽게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을 나와 봐야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미리 안정된 직업을 찾는 동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의 권유도 한 몫하고 있다 한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안정된 직장을 찾으려는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테니 부모들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면서 특별히 물려줄 것도 없는 대부분 부모들의 고충을 뉘라서 모를 수 있겠는가. 어느 부모라고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뭐라 듣기 좋은 소리라도 한마디쯤 해줄법한 정치는 이미 시민들의 삶으로부터 아득히 멀기만 하다.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리그전'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하고 많은 핑계거리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건 너무 이르다. 최소한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고3이 될 때까지는 자율적으로 또 주체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역량을 기르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에겐 무엇보다도 좀 더 생각할 시간이, 좀 더 즐길 여유가, 즐기며 생각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부끄러운 기성세대가 짊어져야할 가장 크고 무거운 책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