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행인 통해 영향력 행사…논설위원·기자 반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계 '대부' 셸던 아델슨(83)이 지역 유력지를 인수한 뒤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문사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LA 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델슨은 최근 네바다 주 최대 신문인 '라스베이거스 리뷰 저널'(발행부수 16만7천부·이하 리뷰 저널)을 뉴스+미디어 캐피털 그룹을 통해 매입했다.

아델슨이 자신이 실소유주인 뉴스+미디어 캐피털 그룹을 내세워 리뷰 저널을 인수한 것은 신문사 매입을 둘러싸고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리뷰 저널의 논설위원과 기자들은 아델슨이 새로운 발행인을 앞세워 기사와 논설·칼럼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리뷰 저널의 논설위원·기자들은 지난해 11월 아델슨이 리뷰 저널을 비밀리에 인수하자 1면 사설을 통해 리뷰 저널의 인수 배후자가 아델슨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언론자유를 위해 싸울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아델슨은 지난 주 측근인 크레이그 문을 신임 발행인으로 임명하고 노골적으로 편집방향과 기사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기자들의 반발을 낳고 있다.

문 발행인은 최근 각 부서 에디터와 논설위원 20명과 진행한 비공개 면담에서 신문의 디지털화·모바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편집 방향에 영향력을 주거나 비판적 기자들을 솎아내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델슨가(家)와 상의하지 않고 아델슨이 소유한 샌즈그룹을 위한 홍보 기사를 싣지 않겠다고 했다.

문 발행인은 그러나 기사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지만, 기사와 논설·칼럼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발행인이 이를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모든 기사는 뉴스가치에 따라 판단될 것이며, 그에 상응하게 지면에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같은 방침이 천명된 이후 아델슨과 그가 소유한 샌즈그룹의 기사가 현저히 줄거나 축소보도되고 있다고 기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아델슨이 관심을 갖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내 프로풋볼(NFL) 스타디움 신축 보도는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델슨 측은 자신의 편집 방침에 동조하지 않은 기자들을 상대로 협박·회유 작전에도 나섰다. 마이클 헨겔 편집국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명예퇴직 대상에 올라 퇴직 권고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미국 언론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아델슨의 행적을 들어 신문 인수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과 기업 이익을 확대·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언론자유와 독립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