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현 '굿모닝 인천' 편집장, 원도심 사진 전시 '밀門썰門'
20년 세월 변화상·특징 담아, 한중문화관 1층 갤러리
▲ 인천 서구 가좌동

문(門)은 집이라는 공간의 첫 지점이자 마지막 지점이다. 문은 우리의 공간과 타인의 공간을 가르는 경계다. 대문 없는 집은 없다. 문은 시간을 품고 있다. 대문은 한 가족의 이야기, 더 나아가 그 동네가 품은 서사(敍事)를 말해준다.

세월이 흐르면 문도 변한다. 주름지고 검버섯 핀 대문 앞에 서면 인천이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이 지난 20년 가까이 원도심 골목을 취재하고 기록한 것 중 인천의 주택 '대문'을 따로 모아 사진전 '밀門썰門'을 마련했다. 그는 개인 사진전을 오는 21일까지 한중문화관 1층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그는 문(門)이 집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집 주인의 개성과 취향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문의 크기는 천차만별이고 모양과 색깔은 각양각색이다.

"지붕을 얹었거나 예술품 같은 철 장식물을 올려놓기도 했으며 전통 문양 쇠장식을 멋지게 붙여 놓기도 했어요. 대문에는 집주인이 알리고자하는 각종 정보가 나붙고 경사(慶事)와 애사(哀事)의 표시를 대문에 해놓기도 했지요. 자식이 태어나면 금줄을 걸었는데 아들을 낳으면 고추와 숯을 매달았고 딸을 낳으면 흰 종이를 걸어 놨었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상중(喪中)'을 써 붙여 알리기도 했지요."

그의 말처럼 옛날의 '세콤'은 '개조심'이다. 개를 기르던 그렇지 않던 이집 저집 모두 대문에 '개조심'을 붙였다. 요즘 대문은 동네 피자집과 치킨집의 전단지가 장식한다.

전 대문에는 행정기관에서 붙인 각종 부착물들이 붙어 있다. 가옥번호, 수도번호 심지어 변소용량 패찰이 나란히 박혀 있다. ○○교회, ◇◇성당, 불자의 집…. 우리나라 대문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종교 표찰이 아주 자연스럽게 붙어있다.

군사정권 시절 '신고하는 집'이란 표찰이 훈장처럼 붙어 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유공자의 집'이란 표찰이 자주 눈에 띈다. 동구 송림동의 어느 집 대문에는 커다란 유공자 상패까지 붙여 놓았다.

한 때 슬라브 양옥집이 유행한 적이 있다. 대부분 '집 장사'들이 기성품처럼 대량으로 건축한 이 집의 대문에는 하나같이 사자 머리가 부착돼 있다. 유럽 어느 귀족의 저택 대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이는 이 사자머리들은 이제 집과 함께 늙었다. 이빨 빠진 사자처럼 고리가 성한 게 별로 없다. 견고한 철 고리 대신 늘어진 노끈을 물고 있거나 아예 없는 것이 많아 애처롭게 보인다.

유 편집장은 "'문턱이 닳다.' 정말 맞는 말이다. 어느 집 대문을 보면 정말 문턱이 닳아 깊게 패인 집이 있다"며 "오대양을 휘감은 밀물과 썰물이 '인천' 문을 드나든다. 육대주를 넘어온 이 바람 저 바람도 그 문턱을 넘나든다"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