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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버넌트 포스터

14일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 '히말라야'-'굿 다이노' 밀려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1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레버넌트'는 주말인 15∼17일 전국 966개 스크린에서 9481회 상영되면서 69만4587명의 관객을 모았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는 모험가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부상당한 자신마저 숲에 버린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제88회 아카데미(오스카)상 12개 부문 후보에도 올라 있다.

'히말라야'와 '레버넌트'의 차이? 감동 대신 처절한 복수극

험난한 산악지대 배경에, 수염에 눈 얼음이 붙은 주인공의 표정을 클로즈업한 포스터. 언뜻 보면 '레버넌트'는 국내 관객들의 눈물을 모조리 훔쳐간 '히말라야'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히말라야'에서의 따뜻한 인간애와 눈물나는 감동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영화를 보는 순간 산산조각날 것이다.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려 떠나는 휴머니즘의 결정체 '히말라야'와 달리 '레버넌트'는 처절한 복수극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 휴 글래스는 아들 호크와 함께 사냥에 나섰다가 회색 곰에게 습격당해 사지가 찢긴다. 곰보다도 더 비정한 동료 피츠제럴드는 휴 글래스의 아들 호크를 죽이고,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 속에 묻고 떠난다.

극한 상황에 놓인 데다 아들을 눈앞에서 잃은 휴 글래스는 오로지 복수에 대한 처절한 집념으로 되살아나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복수만을 갈망하며 생존해 나가려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본다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비교할 수도 있겠다. 다만 대중성을 잡은 '올드보이'와 달리 '레버넌트'의 스토리 자체는 크게 흥미를 끌 만한 포인트가 아니며, 대신 연기력과 시각적 웅장함으로 '작품성'에 무게를 더했다.

연기력·눈 호강에 '작품성'은 보장…대중성은?
기자·평론가 평점(13명·네이버 기준) 7.58

'레버넌트'의 작품성은 대중들과 전문가 모두 인정한다. 특히 지독한 상황에서 복수만을 떠올리며 끈질기게 생존해 나가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에는 모두들 박수를 보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지금껏 6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얻지 못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이번 작품이야말로 상을 안겨줄 것이란 관측도 잇따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2010년 영화 '인셉션'에서도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톰 하디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력 외에도 또 한 가지 모두가 공감하는 점은 광활한 풍경에 대한 표현력이다. 홀로 죽음과 사투하는 휴 글래스라는 한 초라한 인간과 비교해 너무나 거대하고 웅장한 대자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감독은 대자연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자신의 원칙을 세웠는데, 아래와 같다. 

첫째 시간 순서대로만 촬영할 것. 
둘째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말며, 햇빛과 불빛 등 자연광만 이용할 것. 
셋째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을 만들어낼 것.

자연광 촬영을 위해 세트장조차 좌우가 반대된 건물을 두 채 지어 동향인 세트는 오전에, 서향인 세트는 오후에 촬영한 만큼 감독의 '자연 그대로'에 대한 완벽주의에 가까운 고집이 적용됐다.

하지만 대중성의 경우 연기력과 미장센 등보다 스토리적 재미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벌써 8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 영화의 흥행 기준인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레버넌트'의 일반 관람객 평점은 개봉 전 7.9/ 개봉 후 7.97(네이버 기준)이다. 영화에 대해 기대한 만큼과 비슷한 만족도를 보였다는 의미다. 기대감 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예상보다 높은 만족도에 입소문을 낼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스토리적 재미가 필수다. 하지만 19세기 한 사냥꾼이 생존과 복수를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과정에 특별히 흥미로울 만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시시각각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각적 연출이 그 빈틈을 메워주고 있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서는 "배우들 연기력과 자연 풍경은 좋지만 재미는 별로"라는 의견이 많다. 심지어 "다큐멘터리 같고 지루하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영화의 흥행은 두고 볼 일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감독의 전작 '버드맨'도 아카데미에선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성을 입증한 반면 국내 관객은 20만 명을 조금 넘는 성적을 남긴 전례가 있다.

'레버넌트'가 '제2의 버드맨'으로 작품성에 만족할까, 아니면 '제2의 인터스텔라'처럼 흥행몰이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