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대 아끼려 '한평 남짓 EPS실'서 취사·휴식
연수구 배선밀집 공간 사고위험 방치 … "시정조치"

12일 민원을 보기 위해 인천 연수구청에 왔다가 화장실에 들른 민원인 A씨는 깜짝 놀랐다. 구청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작은 문틈으로 보니 한 아주머니가 숟가락을 들고 밥 먹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사진>

14일 연수구에 확인해 보니 구 청사를 청소하는 노동자 일부가 화장실 내 작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해당 공간은 'EPS실'로, 건물에 연결된 전선과 전기설비를 모아 둔 장소다. 연수구는 각 층마다 화장실 안에 EPS실을 뒀다.

EPS실은 한 평이 채 안되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로 등이 수납돼 있다. 벽과 바닥은 시멘트다.

청소원들은 한 사람이 들어가기도 비좁은 이곳 바닥에 담요를 깔아 냉기를 막고 앉아 있었다. 한 켠에는 밥솥과 각종 반찬통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고 전기렌지 위에서 찌개가 끓고 있었다.

취사를 하는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전기 난로가 뜨겁게 타올랐고 전선이 연결돼 있는 벽에는 빨아 널어 둔 듯한 양말과 옷가지가 걸려 있었다. 이들은 구청 방문객이 화장실에서 내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으며 밥도 먹고 잠시 쉬기도 하며 아예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연수구청 청소원들은 총 18명으로 6명이 남성, 12명이 여성이다. 1년 단위로 민간업체와 용역 발주를 통해 계약을 하면 인력을 파견 받는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월 급여는 160만원이다.

구청은 청소원들에게 식대를 주고 휴게공간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점심식사는 구청 지하1층 구내 식당을 이용하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식당에 공무원들이 많아 오래 줄을 서야 하는 데다가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주로 취사 해 먹거나 도시락을 싸오는 상황이다. 밥을 먹을 때나 쉴 때 지하 2층에 마련된 공간을 이용하면 되지만 현장업체 사무소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휴게실은 청소원 아무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청소원들이 마땅히 끼니를 해결하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으로 찾은 곳이 화장실인 셈이다. 연수구청 거의 모든 화장실 내 EPS실이 청소원 '쪽방'으로 자리잡은 것이 확인됐다.

구청은 이들이 전기 배선이 몰려 있는 공간에서 취사도하고 난로도 튼다는 위험천만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구 관계자는 "시정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