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택시기사 생활 20년째인 김수봉(62·가명)씨는 야간운전을 하지 않는다.

주간보다 장거리 손님도 많고 할증이 붙어 꽤나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운전대를 잡자니 '덜컥' 겁부터 난다.

2년 전 새벽 무렵, 김 씨의 차에 올라탄 한 취객은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으며 '운전을 똑바로 안한다,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시비를 걸었다. 심지어 '이 나이 먹고 왜 택시기사를 하느냐'며 김 씨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서도 어깨를 밀치고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은 계속됐다. 그때의 기억은 유일한 밥줄인 운전대를 놓아야 하나 수십 번을 고민했을 정도로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대리운전기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6일 새벽 1시쯤, 인천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A(24)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한 대리운전기사 B(48)씨를 폭행했다. 폭행의 이유는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주차공간이 없어 B씨가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는 것.

인천지역 '매 맞는 운전사'가 늘고 있다.

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는 172명, 2014년 179명, 지난해는 210명으로 매년 폭행당하는 운전사가 증가하고 있다.

B씨처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신고하지 않은 김 씨의 경우까지 따지면 한 해 수백 명의 버스, 택시, 대리운전기사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박춘영 인천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술자리가 잦은 연말과 연초에는 운전사 폭행이 다른 시기보다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자 운전사의 경우 야간운전을 하지 않거나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처럼 운전사 보호칸막이와 목소리가 녹음되는 폐쇄회로(CC)TV등의 설치를 확대하고자 꾸준히 의견을 제시하고 방법들을 알아보고 있으나, 버스와 달리 택시는 개인 대 개인문제로 치부하고 사생활침해 등 여러 이유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승객과 기사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