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준결승전 부당판정 '솜방망이 처벌'

해당 심판 중징계 대신 위원장·부위원장 사퇴 비공식 합의
대한럭비협, "정상적인 절차 밟은 징계로 문제없다" 입장
인천럭비협 "이제라도 잘잘못 따지자" 뒤늦게 중징계 요구


부당한 심판 판정이 부른 억울한 패배에 항의(인천일보 10월23일자 16면 보도)해 온 인천럭비협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문제를 삼은 해당 경기 심판 및 관련 임원들이 징계를 받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인천럭비협회의 책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가벼운 징계 결과에 반발

인천럭비협회는 지난 10월20일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체전 고등부 럭비 준결승전(인천기계공고-서울사대부고)의 경기결과가 심판의 부당한 판정 및 대한럭비협회 경기운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때문에 뒤집어졌다며 당시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대한럭비협회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1월16일 경기운영위원장 A씨와 부위원장 B씨에게 각각 자격정지 6개월(물의야기 방조)과 1년(과실 및 경기진행 미숙)의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경기의 심판을 본 C씨에게는 경고(경미한 불미행위)를 주는 선에서 그쳤다.

추가로 부위원장 B씨는 해당 경기의 한 당사자인 서울사대부고 출신으로서, 주로 일반 직원이나 파트타임 심판들이 담당해 온 업무인 타임키퍼(경기 종료를 알리는 부저를 누르는 진행 요원)를 유독 이 경기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관리 한 것이 문제가 돼 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대한럭비협회는 이 같은 징계결과를 인천럭비협회에 통보했지만, 인천럭비협회는 "징계 수준이 너무 경미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징계 결정 전에 비공식 합의한데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천럭비협회 관계자는 "징계 결정 전에 '심판을 구제'하는 대신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경우 징계와는 별도로 그 직을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부위원장만 사퇴 약속을 지켰고, 위원장 A씨는 사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천럭비협회는 징계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인천시체육회를 통해 대한체육회가 재징계를 위한 조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인천도 일부 책임…속앓이

하지만 해당 경기 결과가 뒤집히는 데 큰 책임이 있는 심판 C씨가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에 인천럭비협회도 동의를 했었던 만큼 이런 반발은 설득력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인천럭비협회는 "해당 경기 심판이 승부가 뒤집히는 데 있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른바 '상임심판'제도를 보호하고자 그의 징계 수준을 낮추는 데 동의했다.

상임심판 중 한 명인 C씨가 중징계를 받을 경우 대한체육회로부터 예산을 받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상임심판제도 자체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상임심판제도는 심판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월급)함으로써 부당·편파 판정을 부르는 각종 외부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도입됐고, 럭비인들의 항구적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차원에서 럭비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이런 취지로 만들어진 상임심판이 오히려 부당한 판정을 해 경기결과를 뒤집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제도의 존폐까지 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럭비인들은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천럭비협회 관계자는 "전 럭비인과 럭비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심판 징계를 낮추는 것에 사전 동의한 것은 맞다. 대신 우리는 그 위 책임자인 경기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당사자들로부터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는 데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합의고 뭐고 심판을 포함해 이제라도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고자 재징계를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럭비협회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와 조사를 통해 징계를 했다.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법률적으로 검토중"이라며 "만약 징계결과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대한럭비협회에 재조사를 통보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전국체전 럭비 남고부 준결승전에서 경기시간이 모두 흘렀고 종료 부저도 두번이나 울렸음에도 심판이 경기를 끝내지 않아 결국 인천기계공고가 2점차로 앞서다 3점차로 패하자 인천럭비협회가 심판 등 관련자들의 징계를 요구했었다.


/이종만·황은우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