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물류협회장

섬을 잇는 다리 건설의 사업타당성은 대부분 낮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 교통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잇지 말아야 하나?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정부(기획예산처)는 지난 2007년 '연도교(連島橋), 연육교(連陸橋)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분석기법 연구'라는 보고서를 냈다. 경제성보다는 지역특성을 정책적으로 고려해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응한 것이다. 선진국들의 사례도 분석했다. 낙후지역을 위해서, 미국의 경우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고, 일본의 경우는 별도의 평가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수지역이나 낙후지역을 평가 이전에 선정하여 정성적(Qualitative) 항목을 정량적(Quantitative) 항목으로 바꾸어 적용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것을 적용하여 경제성과 관계없이 이은 신안군의 6개 연육교와 진도대교라고 했다.

또한 다리 건설의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음도 적시하고 있다. 옹진군의 영흥대교는 불과 1.3㎞를 연결했다. 개통직전인 2001년에는 관광객이 71만2971명이었는데, 개통된 2002년에는 378만1606명으로 늘었다. 토지거래는 이전에는 1500건 내외였는데 2002년에는 3779건으로 늘어 지가가 2만9321원㎡에서 9만3468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세입도 당연히 큰 폭으로 증가하는 선순환을 이루었다.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장
인천 옹진군 북도면(北島面)의 경우, 주생활권인 영종도의 삼목여객터미널이 손에 잡힐 듯하다. 배로 10분이다. 그런데, 다리가 없다. 약속의 이행이 미루어지고 있다. 사업타당성만 공허하게 메아리 쳐 왔다. 이장협의회 이재철 회장의 말씀을 들어보면 애석하기까지 하다.

이곳의 중학교는 폐교되었고, 고등학교는 아예 없다. 영종도에 있는 학교를 오갈 때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묶여 학생들의 결석일이 1년에 60일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주민들은 인천시청으로, 세종시의 국토교통부로 가서 설득하기 위해 생업도 놓고 매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이다. 99.7%의 화물이 바다로, 그 나머지도 하늘로 들어온다. 성장판이 육지 쪽으로는 닫혀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와 국민은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열차페리 등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꿈을 아직도 키우고 있다.

우리 인천의 육지와 가까운 섬들도 그 규모는 다르지만, 같은 성격의 동병상련이다. 그런 섬 주민들에게 가능하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우리 해양정책의 기본이 되야 하지 않을까?

조선시대에 공도(空島)정책이 있었다. 섬은 왕의 지배가 미치는 못했고 영토라는 관념만이 막연하게 있었다. 백성들이 섬에 간다면 통치권에서 벗어나기에 이에 상응하는 형벌까지 가해졌다. 이제는 섬에 사는 것이 애국심으로까지 이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지역의 균형발전이 상식이 되었다. 섬에 사는 주민들의 통행권은 그 어떤 권리에도 뒤처지지 않는 기본적 권리다.

또 섬은 보고(寶庫)다. 수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교량 건설의 필요성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 가려면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를 거친다. 플로리다 반도에서 남서쪽으로 작은 섬들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총길이 약 202㎞ 그 도로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만 해도 42개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그 끝이 키웨스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면서 '노인과 바다'의 영감을 받았다는 곳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스톡홀롬은 북유럽을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선도하는 중심지다. 스톡홀름은 '통나무 섬'이라는 뜻이다. 14개의 섬을 57개의 다리로 연결했다. 각기 섬이 서로 상생의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

인천의 육지와 가까운 섬들이 이어진다고 해서 다 성공사례가 되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러한 가능성을 묻어버리기에는 인천시민들의 권리가 너무나 소중하고, 우리의 섬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서로 이어지면서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항만물류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