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교수 경기학회장
▲ 강진갑 경기대교수 경기학회장

고려 현종 때인 1018년 '경기'가 탄생하였으니,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은 '경기 천년'이 되고, '새천년'이 시작된다. '새천년 경기'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10년 뒤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천년을 내다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시기를 조금 좁혀 앞으로 펼쳐질 경기도 역사 100년을 전망할 때 분명히 예측되는 사실이 있다. 중국이 한국과 경기도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도는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한중 관계가 긴밀하면 긴밀해질수록, 위상이 높아지고, 그 변화가 경기도민과 주변 지역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8세기 이전 중국은 아시아 문명의 중심이었다. 중국과 이웃을 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한중 관계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한국은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하였다.

중국과의 교역, 교류 중심지는 경기도였다. 고대에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당성이, 고려시대에는 고려 경기에 속하였던 벽란도였다. 벽란도는 단순한 항구가 아니었다. 새로운 문화가 만나고 전파되는 문화 중심지였다. 벽란도를 드나들었던 사라센 상인에 의해 고려, 즉 코리아가 서양에 알려졌고, 지금 한국의 영문 표기가 코리아인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19세기 근대 이후 문명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면서 한국은 몰락하는 중국으로부터 더 이상 배울 것도 받아들일 것도 없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한국은 중국과 적대 관계가 되었고 교류는 끊어졌다. 한국은 동진정책을 펼쳐 태평양으로 나아갔다. 일본과 태평양과 가까운 부산항의 중요성이 커졌고, 대외 교역에서 경기도가 할 일은 없었으며, 경기도 앞바다인 경기만은 고기 잡는 어장이 되고 말았다.

1990년대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14억 인구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였다.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체결한 이후 중국과 교류와 교역이 늘어났다. 21세기에 들어 중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중국이 한국의 최대교역국가가 되었다. 중국공산당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이 성과를 내면 중국 서부지역 산업이 발전하고, 중국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세계사에서 중국이 18세기 이전처럼 문명의 중심으로 복귀할지는 알 수 없지만,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동시에 한국의 대외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고 국제정치에서도 이웃한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경기도도 이전처럼 한중 관계에서 중요한 교역 교류 중심지가 될 것이다. 향후 100년 정도의 역사를 장기적으로 전망해 볼 때 변수가 없어 보이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과거처럼 다시 밀접한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 그 때와 다른 점은 한국이 중국의 문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고 받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21세기 정보화에서 한국이 앞섰고, 정치 체제에서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도가 단순히 물자만 오가는 항구 역할에 머물 것인지, 문화와 사람이 오고 가면서 중국, 그리고 중국 대륙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 연결되는 새로운 문화중심지가 될 것인지는 3년 후면 맞이할 '새천년 경기'를 경기지역 사회와 경기도가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새천년 경기'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만들어야할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