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
▲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

지난 2012년 동구의 위치했던 박문여자중고등학교의 송도 이전 논란에 이어 천주교 인천교구가 또다시 지역사회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천주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에서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의 운영과 관련해서다.

지난해 개원한 국제성모병원에서 불거진 의료비 부당청구의혹사건에 대해, 인천성모병원 관리자들이 노조지부장을 내부정보 발설자로 지목하면서 확대된 이번 논란으로 인천시민사회단체들이 50일 넘게 두 병원을 운영하는 종교재단인 가톨릭 인천교구의 근본적인 사태해결을 촉구하면서 두 달 넘게 릴레이농성을 인천교구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에 여러 차례 이 문제가 보도되고 시민단체 회원들의 릴레이 단식농성을 두 달이 넘도록 진행하고 있지만 천주교 인천교구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만남이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병원 문제는 교구와는 관련 없다는 완강한 입장만 확인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날이 보수화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축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천주교회는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의 성지였고, 쫓기는 노동자들을 받아 품어주었으며, 사회정의를 위해 울림이 큰 목소리를 내주고, 민주화의 횃불을 밝힌 곳이다. 특히나 인천 천주교회는 다른 어느 교구보다 앞서 사회사목부에 노동사목을 개설하고 노동자들의 아픔을 보듬었던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7년 5월, 강화도에 소재한 직물회사의 하나인 심도직물에서 가톨릭노동청년회(JOC)의 주도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종업원 1200여 명 중에서 9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에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노조를 와해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사측에서는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JOC 회원들을 불법적으로 해고했고 노조 활동에 가담한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했는데, 그 가운데 16명이 천주교 신자였다. 심지어 사측에서는 강화본당 전미카엘 주임신부를 찾아가 노조활동에 간섭한다고 항의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시키겠다고 위협한 후 공장을 폐쇄조치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당시 JOC 총재였던 천주교 마산주교장 김수환 추기경이 강화도를 방문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또 나굴리엘모 인천교구장도 적극 나서 1968년 1월 18일 "모든 사람이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 임무를 이행할 때, 또 그들이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할 때, 하느님의 뜻대로 나라가 번영할 것"이라는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어서 2월 9일 한국천주교회 주교단이 나서 '사회 정의와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 주교단은 옳지 못한 일을 당하면서도 침묵을 지킨다면 큰 잘못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대 교황께서 가르치신 원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적 사회 정의를 가르칠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특히 노동자 권리를 가르쳐야합니다. (…) 모든 사람이 노동자의 기본적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고 이 존엄성과 권리를 강화하는 데 능동적으로 관여할 때 비로소 하느님 뜻에 따라 국가가 발전할 것입니다"

주교단의 공동 성명서가 노동자의 기본적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한 것을 이와 같이 발표하고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되자, 그동안 미온적으로 방관했던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 공동 성명서 발표 후 6일이 지나 해고자 전원이 복직됐다.

강화 심도직물노조 탄압에 반대하면서 나오게 된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의 이 성명서는 가난한 민중들의 희생 위에 고도성장을 추구했던 한국사회의 폭압적 사회구조에 한 줄기 빛을 제공했고,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까지 그 이어지면서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역사적 성명서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천주교 인천교구 내에는 노동사목위원회가 만들어져 가혹했던 70~80년대 노동운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알고 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지난 5월 10일 강화 심도직물 공장터에 기념비와 조각상을 세우고 최기산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축복식을 여는 등, 기념사업도 진행한 바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저 기념하기만 하면 그만인 과거일 뿐인가! 오늘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성모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대형병원에서 범법행위라고 할 수 있는 의료비 부당청구사건이 발생하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노조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에 울분을 토하는 노동자의 안타까운 외침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천주의 교회와 직접 관련된 병원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람들의 영혼을 구제할 종교 지도자라면, 마땅히 먼저 머리 숙여 국민들께 부찰을 사과하고, 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을 해결하도록 나서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천주교회 주교좌성당인 답동성당 앞에서 시민들이 두 달 넘게 단식농성을 계속 되고 있다. 이때만 넘기면 잦아들 문제라고 보는 듯하다. 이것이 과연 천주의 가르침인가? 새삼 안타깝게 불러본다. 쿼바디스 도미네? 인천 천주교회여!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