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첫 사건은 초등학교 동창생의 군 입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 가을, 친구 환송회를 하면서 어릴 때 위문편지 썼던 생각과 함께 이제 내가 그 때 그 군인 아저씨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살짝 슬펐던 기억이 난다.

여대를 졸업한 나는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는 젊은 나이의 청년들을 대학교 다닐 때는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최근 사회복지 현장에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들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그들이 바로 사회복무요원이다.

이전에 공익근무요원이라고 불렀던 그들은 현역으로 군대에서 복무하는 대신 보충역으로 24개월 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며 병역의무를 수행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곳곳에서 보았을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사람들을 안내해주거나, 노인요양기관에서 어르신의 이동을 보조해주거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거나,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배달해주던 그 청년이 사회복무요원이다.

사회복무요원들은 근무지에서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데 필요한 기초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한 직무교육을 받는다. 직무교육은 전국 6개의 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2주간으로 이루어진다.

직무교육을 통해 사회복무요원들은 보건복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권의 중요성을 알게 되며 인권지킴이로서 자신의 중요성을 알고, 노인, 장애인 등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들의 특징을 배우고 직접 체험을 해 봄으로써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근무현장에서의 효과적인 대화법을 익힘으로써 올바른 의사소통 방식을 알게 되고 재난안전 및 심층응급처치법을 배움으로써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지난 4월 전남 무안의 한 요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이 초기 응급처치로 어르신을 구하는 등 사회복무요원들이 인명을 구해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 이것은 직무교육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현장에서 잘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곳들도 그러하겠지만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무요원은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필요한 도움보다 인력이 많이 부족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그들은 인력을 지원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회복무요원들은 봉사단체인 '하비'를 만들어 주말마다 사회복무교육센터의 선생님들과 함께 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하고 있다. 향후 사회복무 소집해제 후에는 자신의 복무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복지 제도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세력이 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현역병들이 병역의무를 나라를 지키는 것으로 하고 있다면 사회복무요원들은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사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현역으로 군대 가서 고생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사회복무는 너무 쉽다', '몸 아픈 곳도 없는 데 어떤 빽을 써서 사회복무무요원이 되었나', '사회복무요원이라서 이정도 밖에 일을 못한다' 등 삐딱하게 본다. 이런 시각들은 열심히 복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힘들게 한다.

이와 반대로 사회복무요원들은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라고 한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안내를 받은 주부가, 도시락을 배달받은 어르신이, 공부를 배웠던 아동이 '고맙다'고 하면 매우 뿌듯하고 자신이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자부심도 생긴다고 한다.

곧 겨울철 준비가 시작되는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이제 더 많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꽃이라면 내가 그들에게 거름이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남에게 도움이 되면 즐겁습니다." 2015년 사회복무요원 수기집 중 여수시청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쓴 글 중 한 대목이다. 혹시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실천하는 청춘들을 만나게 된다면 웃으면서 말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고마워요." /김수정 국제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