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하대학교 최순자 총장은 최근 대학 대혁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혁신 방안은 참 씁쓸하다.

최 총장이 밝힌 혁신 기본방향은 이렇다. 각 학과의 교과과정을 사회적 요구와 산업수요에 맞춰 개편하고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정원은 유지하되 그 이외 학과 정원은 사회의 요구와 산업수요가 있는 분야로 일부 조정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과는 소속을 다른 대학으로 이동하고 경쟁력 없는 학과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 즉 취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학이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닌 취업교육기관으로 추락하는 분위기다.

이미 인하대는 총 9개 학과가 있는 문과대를 한국어문학과, 중국언어문학과, 사학과 3개로 축소하고 2017년부터 나머지 학과는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취업률을 기준으로 학과 폐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은 취업기관이 아니다.

상아탑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우리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이 진리와 학문을 배워왔고, 또 배우는 곳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그 어느 것도 온전할 수 없다. 기초 학문이 튼튼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미래도 온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이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까지 이어지는 현 분위기는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6월에는 전국 최초 여자공업고등학교인 인천여자공고가 21년 만에 공업을 포기했다. 취업이 잘되는 '뷰티'를 주제로 학과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근시안적인 학과 개편은 향후 또 다른 재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분야별 취업률 역시 시대별로 다르다. 유행에 맞춰 산업이 흥망성쇠를 계속해 가며 널뛰는 것이 취업률이다. 현재 취업이 잘되는 학과가 언제까지 현실에 적합한 학문으로 인정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학과 개편을 단순히 취업률로 개편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교육기관에 만연한 구조조정이 과연 개혁으로 가는 길인지, 아니면 추락으로 가는 길인지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