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42시간 …상상을 현실로
▲ 지난 7일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메이커톤' 행사 참가자들이 시상식을 마친뒤 다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구상해 개발하는 창작 메이커 운동이 몇 년 전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해 전국각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인천에서도 지난 7일부터 무박 2일간 '메이커톤(C Make-A-Thon)'이라는 이름의 메이커 운동이 국내 최대 규모로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열렸다. '메이커톤'은 만들다의 'making'과 장거리 달리기인 'marathon'의 합성어로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처럼 42시간 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제조 마라톤을 의미한다.

이번 행사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 인하대학교 기업가센터의 공동으로 주관하고 협력사인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장비를 제공하며 인천지역 내 최초로 개최됐다.

대회에는 디자이너와 3D모델러, 개발자, 엔지니어, 아티스트 등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 80명이 모였다. 191명의 신청자 가운데 선발된 80명의 인재들은 5명씩 16개팀을 이뤄 톡톡튀는 아이디어 전쟁을 벌였다.

대회는 연세대 글로벌기술융합원 건물 하나의 층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 참가자들이 최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아이디어가 현실로

참가자들은 대회를 위해 지난달 24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미리 만나 팀을 구성했다.

이후에도 SNS상에서 친목을 다져온 터라 대회 당일에는 원래 알고 있던 사이처럼 화합이 잘 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설계도면을 그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칠판에 써 가며 팀원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등 80명 모두 80가지의 모습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었다.

이날 대회 한 쪽에서 전선 납땜을 하고 있던 이승봉(인천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4년)씨는 "실제로 교내 도서관에서 도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도서 자동 감지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태윤(서울대 기계공학과 2년)씨는 "평소 쇼핑하는 것을 싫어해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옷을 한눈에 볼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스마트 옷걸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대회는 우수한 초기단계의 아이디어와 예비 창업자를 발굴하고 육성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려는 취지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대회장 한 쪽 테이블에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눈에 띄지만 어린 학생들보다 열정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천안에서 온 강석봉(56)씨는"메이커톤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융합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회이며, 청년들에게 오랜 경험을 공유하고 또 그들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으며 소통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메이커 인재 1000만 양성 목표

정부도 2014년 7월 메이커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메이커를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다음 해 7월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창조경제 관련 주요 부처장, 민간 경제단체장이 참여한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에서 메이커 운동의 전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이들은 2020년까지 1000만명에게 3D프린터 활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내용과 과학관과 도서관, 초·중·고등학교에 3D프린터를 보급하고, 2017년까지 130개 셀프제작소를 구축할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번 메이커톤 행사를 주관한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은 지난 2011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IT명품인재양성사업' 일환으로 대학에 IT융합 분야 연구소를 설립하고 해당 연구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IT를 주도할 통섭형 창의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기술원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은 없다"며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그들이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가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박2일 동안 고생한 모두가 우수팀

행사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참가자들이 밤새 만든 제품을 각 팀별로 심사위원에게 발표하고 시연회를 열었다.

우수팀은 심사위원회의 질의와 동료들의 평가를 통해 선정됐다.

이날 총 6팀이 인천시장상,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장상,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상, 연세대학교 글로벌 융합기술원장상 등을 받았다.

인천시장상을 받은 '4팀'의 최원종(인하대 기계공학과 3년)씨는 "팀원들과 마음이 잘 맞아 수상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인천에서 이런 대회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상을 수상한 13팀의 박재완(가천대 전자공학과·1학년)씨는 "첫 대회출전에 가장 막내라 걱정도 했지만 다들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이틀만에 제품을 만들고 상까지 받아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동현 타이드인인스티튜트 매니저는 "이번에 인천에서 개최된 메이커톤 행사는 쾌적한 공간과 훌륭한 인프라, 편리한 접근성 등으로 성공적인 마무리가 가능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인천에도 메이커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송유진 인턴기자 uzin@incheonilbo.com